매일신문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캄보디아의 건기(乾期)가 시작되는 11월 중순. 대구~김포~인천~베트남 호치민 공항을 거쳐 도착한 캄보디아 씨엡립공항의 밤은 30℃ 이상의 열기와 극성스런 모기들을 거느리고 여행객을 맞이한다. 활주로내 리무진 버스가 없어 걸어서 청사에 도착해 공항을 빠져나오면 왕복 2차선, 포장 상태가 좋지 않은 6번 고속도로가 나온다.

우리나라 시골 도로보다 못한 이 도로는 캄보디아의 중추도로 중 하나이다.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숙소로 오는 길에 창 밖을 내다보니 꽤 괜찮아보이는 호텔들이 제법 많다.

지금 10여개의 호텔들이 있고 10여개의 호텔들이 건축 중이라고 한다. 도로는 열악하지만 도로와 어울리지 않는 호텔들이 들어서고 있다. 유럽, 미국, 일본, 한국 관광객 등 여행객들도 많이 보인다. 씨엡립시에 캄보디아가 자랑하는 신비와 경이의 앙코르 유적이 있기 때문이다.

태국,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등 각광받는 동남아 관광휴양지에 대한 관심이 캄보디아, 베트남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폭탄 테러로 인한 일시적 불안 현상 탓도 있지만 태국 등의 관광지는 휴양 위주로 국내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져 유적 등을 간직한 캄보디아에 새로운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호성여행사 대구사무소(053-422-8933) 등 대구의 여행사들도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한 여행상품을 만들었거나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앙코르 와트(Angkor Wat)는 거대한 '앙코르 유적'의 하나이다. 흔히 앙코르 와트를 유적 전체인 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그렇지 않으며 앙코르 톰, 바이욘 사원, 타프롬 사원 등 많은 유적들과 함께 '앙코르 유적'의 대표적 유적이라고 보면 된다.

1861년 프랑스의 박물학자 앙리 무어는 캄보디아의 열대 밀림을 헤매다 거대한 앙코르 톰을 발견했다. 8세기에서 15세기에 걸쳐 인도차이나에서 위세를 떨쳤던 앙코르 왕국의 도시이자 성이 400여년간 밀림 속에 파묻혀 있다.

위용을 드러낸 것이다. 앙코르 왕국의 자야바르반 7세가 세운 앙코르 톰은 한 변이 3㎞인 정사각형 모양으로 높이 8m의 라테라이트(붉은 흙) 성벽과 너비 약 100m의 수로로 둘러싸여 있다.

앙코르 톰 남문 앞에는 '무지개 다리'가 걸려 있으며 다리 좌우에는 선(善)의 신과 악마들이 늘어서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선과 악의 줄다리기는 힌두교 신앙에 나타나는 내용을 조각한 것으로 '앙코르 유적' 대부분이 힌두 신앙을 상징하는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중 불교 사원도 있으나 역시 힌두 신앙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역력하다.

앙코르 톰 내부 가운데에는 자야바르반 7세가 자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바이욘 사원이 있다. 불교사원인 바이욘 사원은 약 50개의 탑으로 이뤄져 있으며 50개의 탑에 조각된 4면체의 보살상이 유명하다. 사원 외벽에는 당시 베트남인들의 침입과 격퇴, 크메르(캄보디아)인들의 일상, 중국인과의 교류 등 사회상이 생생히 조각돼 있다.

자야바르반 7세가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만든 타프롬 사원도 인상적이다. 타프롬 사원은 이 지역에서 잘 자라는 쓰펑나무의 뿌리가 탑이나 건물을 파고 들어 서서히 파괴되고 있다.

사원을 보호하기 위해 쓰펑나무를 제거할 수도 있으나 자연에 의해 파괴돼가는 모습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관리 당국의 판단에 의해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쓰펑나무는 우기에는 얌전히 있다 건기에는 물을 찾아 뿌리를 뻗어대면서 수백년 동안 존재해 온 사원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쓰펑나무는 철을 먹어치우는 불가사리처럼 거대한 사원을 삼키는 '괴물'로 통한다.

사원이 파괴되어가는 모습은 매우 그로테스크해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영화 '툼 레이더'의 촬영지로 쓰이기도 했다.

1868년 프랑스의 탐험가에 의해 발견된 앙코르 와트는 수리아바르만 2세의 무덤이자 힌두교 사원이다. 동서 1.5㎞, 남북 1.3㎞의 지역에 65m 높이의 중앙탑을 중심으로 세워진 거대한 건축물이며 주변에는 폭 200m의 수로가 있다.

앙코르 톰과 마찬가지로 앞에 다리가 있는데 길이가 200m나 된다. 다리에는 물의 신인 나가(Nagas)신이 조각돼 있다. 사원 사방 80km내에는 산이 없어 멀리 보이는 쿨렝산에서 코끼리와 뗏목을 이용, 사원 건축에 필요한 돌을 운반한 것으로 보인다.

37년으로 추정되는 기간에 걸쳐 1m 정도만 파 내려가도 물이 나오는 약한 지반 위에 앙코르 와트가 세워졌다. 이 모든 것이 놀랍기만 해 앙코르 와트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고 있다.

앙코르 와트 3층 중앙탑은 매우 가파른 경사 70도의 계단을 통해 기다시피 올라가야 하며 이러한 모험(?)끝에 오른 탑 발코니에 서면 충분한 보상이 이뤄진다. 탑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아름다우며 특히 석양이 질 무렵의 경치는 정신을 정화시킬 정도로 매혹적이다. 유럽 관광객들 중에는 탑 발코니에 2, 3시간씩 머무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하는 이들도 있다.

앙코르 유적이 있는 씨엡립시는 캄보디아 제4의 도시이다. 인구는 8만명 정도이지만 이 곳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은 연간 60여만명에 달하고 있다. 앙코르 유적과 함께 바다처럼 넓은 톤레삽 호수도 즐길 수 있다.

캄보디아 여행은 베트남 남부의 호치민(구 사이공)시 관광이나 북부의 하노이 관광과 연계할 수 있다. 호치민에는 메콩강 유람, 하노이는 '바다의 계림'이라 불리는 하롱베이의 절경을 볼 수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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