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대북 비밀송금 의혹 「공개반대 입장」을 천명한 가운데 노무현 당선자가 특검제 수용을 요구하고 한나라당도 특검제 도입을 촉구, 해법찾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6일 대북송금의혹 문제에 대해 "밝힐 것은 밝히되 조속하고 원만하게 매듭되기를 바란다"면서 "국회도 청와대도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협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이날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에서 일일회의를 갖고 "이 문제로 우리 사회가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되는 것은 국익에 손상을 줄 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 당선자는 이어 "특히 국회가 적절한 수준의 결정을 내려 (대북송금 의혹사건을)빨리 매듭지어줬으면 한다"며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특검제 도입에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 본회의 대표연설에서 『범죄적 수법이 개입되어 있는 이번 사건은 이제 특검이 아니고선 밝힐 수 없게 됐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앞에 나서 진실을 고백하고 노무현 당선자는 특검제 법안이 하루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대중 대통령은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통일외교안보 관계 장관회의에서 『(대북 비밀송금 전모는) 평화를 위해서나 미래를 위해서, 또 현실적으로 반 국가단체와 접촉하는 일임을 감안해 모든 것을 전부 공개하는 것은 국익에도,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공개 거부입장을 분명히했다.
김 대통령은 또 이 자리에서 『동서독의 예를 보다시피 공산권과의 거래에서는 공개못할 일이 많이있다. 우리는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접촉하고 있는 만큼 공개못할 일도 많고 초법적으로 처리할 일도 많이 있다』며 대북 비밀송금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한편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는 6일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송금 전모공개 불가 입장에 대해 뒤집어 생각하면 비공개로는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아니냐』며 『비공개하면 대통령의 사람들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공개 증언후 김 대통령의 대국민 입장발표를 해법으로 검토중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내정자의 구상은 『법의식도 대북관도 도덕성도 모조리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노 당선자는 측근을 통해 여론을 떠보고 자신의 말바꾸기를 합리화하는 행태를 중단하라』고 비난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 해설=김 대통령 '공개거부' 배경
김대중 대통령이 대북 비밀송금 의혹의 「전모공개 거부」라는 강공을 선택했다. 이는 주말께 대국민 진상공개를 할 것이라는 민주당과 노무현 당선자측의 관측을 뒤집는 것으로, 김 대통령과 노무현 당선자가 대립 전망이 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대통령이 대북 비밀송금 전모공개 반대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김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관계 장관회의에서 『평화를 위해서나, 미래를 위해서, 또 현실적으로 반국가단체와 접촉하는 일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모든 것을 전부 공개하는 것은 국익에도,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김 대통령은 이에 덧붙여 구 동서독을 예로 들면서 공개못할 것도 많고 초법적으로 처리할 일도 많다고 강조하면서 진상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했다.
이같은 언급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대북 송금문제는 공개하는 것보다는 덮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는 기존의 논리를 확대한 것으로 앞으로 무엇이 국익이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아울러 김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공개하지 못할 부분이 무엇인지, 남북간 접촉에서 대통령만 실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초법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한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진상공개를 거부하고 있는데는 노벨평화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가져다준 햇볕정책이 파탄으로 끝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익차원의 공개 반대라는 기존의 논리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진상공개 반대는 노 당선자를 겨냥한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통령의 언급은 민주당과 노 당선측에서 김 대통령의 대국민 직접 설득이 새로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이에 대한 정면 반박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정치적 해결에 대한 합의 없이 김 대통령에게 대국민 진상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해결에 합의해 놓고도 노 당선자가 정치적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 김 대통령을 밟고 지나가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같은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해 국회에서 비공개로 관련 인사들을 불러 사실을 밝히는 비공개 조사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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