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슬림화 및 인건비 절약 등 땜질식 처방으로는 대구 지하철의 안전성을 확보하거나 공사를 정상화 할 수 없습니다.
부산처럼 그 자체를 중앙정부가 맡아야 합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국지하철공사' 설립은 반드시 성사돼야 합니다".
대구상공회의소 이희태 상근부회장은 "지하철 건설은 애초부터 대구시 살림 규모로는 감당할 수 없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며,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말고는 해법이 없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대구지하철 건설계획 입안 단계이던 1990년대 초 대구시 교통관광국장을 지냈고 그 후에도 대구시 재정을 책임지는 기획관리실장(1995~98년)으로서 지하철 기획.건설에 깊숙이 간여했다.
나중에는 지하철공사 사장(1998~2001년 3월)도 거쳤다.
대구 지하철에 관한 한 가장 인연이 깊은 사람 중 한 명인 셈. 그만큼 할 말도 많은 것 같았다.
이 부회장은 "지하철 건설은 선진국에서조차 워낙 큰 역사로 판단돼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환기했다.
그런 나라에서도 건설비의 80, 90%를 중앙정부가 부담할 뿐 아니라 개통 후 운영비도 손익분기점에 이를 때까지 중앙정부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지하철 1호선을 건설하면서 무려 75%의 건설비를 대구시가 부담했다.
선진국과는 정반대되는 부담 배분이었고, 대구시로서는 "기둥뿌리가 뽑힐 정도"로 엄청난 출혈이었다고 했다.
2호선에서는 사정이 다소 호전됐다지만 중앙정부 부담은 여전히 50%를 넘지 못했다.
도시간 형평성에도 문제가 제기됐다.
대구보다 재정 규모가 큰 부산시의 경우 1호선 건설비 자체 부담은 10.6%에 불과했다.
2호선에 와서야 부담률이 50%로 대구 2호선과 같아졌다.
하지만 부산지하철은 그 후 건설교통부 산하 부산교통공단이 건설과 운영을 맡아 3조1천700억원의 건설비 원리금을 떠맡아 줬다.
그 덕분에 부산시의 지하철 부채 원금은 지난해 말 기준 3천500억원에 불과하다.
대구의 빚이 1조3천300억원이나 되는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이 부회장은 "지하철 건설 빚과 운영 적자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대구시가 파탄마저 우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중앙정부에 전국 지하철 건설.운영을 도맡을 여력이 있겠느냐는 질문에도 이 부회장은 단호했다.
"기업을 살리겠다고 쏟아넣는 공적자금은 수백조원에 이르지 않습니까? 지방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지하철 건설비 수 조원 정도야 감당하지 못하겠습니까? 의지의 문제일 뿐입니다".
이 부회장은 대구 지하철 건설의 첫 단추부터가 잘못 끼워졌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대구지하철 건설은 정치 논리에 바탕해 출발됐습니다.
1985년 7월 부산이 1호선을 부분 개통시키자 '3번째 큰 도시인 대구에 지하철이 없어서 되겠느냐'는 주장이 제기돼 1991~92년 사이 기본계획이 수립됐습니다". 당시 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대구에 6개 노선의 지하철을 건설한다는 꿈에 부푼 것이었다고 했다.
"물론 대구시 재정 여건상 가능한 일이겠느냐는 회의론도 없잖았지만 이내 묻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남북으로 길쭉한 도시 구조를 가진 부산에서는 지하철 노선을 한 개만 건설해도 교통난 해소에 획기적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격자형 도로망을 가진 대구에서 그만한 효과가 확인되려면 '밑 빠진 독 물붓기'에 가까운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간과됐습니다".
특히 2호선의 경우 대구시가 투입한 돈만큼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매칭펀드' 방식이 채택됨으로써 시 재정을 더 악화시켰다고 이 부회장은 말했다.
그런 중에 IMF사태가 터진 뒤 세수는 위축됐는데도 불구하고 중앙정부 지원을 더 많이 타내기 위해 자체 투자를 늘리느라 빚을 많이 낸 것도 화근이 됐다고 했다.
그때문에 대구지하철 건설에 누구보다 열성적이었던 문희갑 전 시장조차도 재정 압박을 우려해 2호선 건설을 재검토하는 등 고민했고 그 과정에서 착공이 몇달 미뤄졌었다고 이 부회장은 기억했다.
하지만 1호선만으로는 지하철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고 1호선 건설용 기자재가 녹슬어 못쓰게 되기 전에 착수해야 그나마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결국 2호선 공사가 시작됐다는 것.
이같이 많은 곡절을 가진 지하철을 안전하고 수송부담률 높은 도시 교통수단으로 제대로 정착시키면서 지방도 살리려면 대구지하철을 중앙정부가 인수해 운영해 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이희태 부회장은 거듭 강조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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