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화재참사로 모두가 슬픔에 젖어 있는데다 눈물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지난 일요일 나는 407번 시내버스 안에서 드문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랜드 호텔에서 있었던 아는 분의 결혼식에 참석 후 407번 좌석버스에 오르는 순간, 운전 기사 아저씨로부터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를 받고 어리둥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렇게 친절한 기사도 있나?"라고 생각하면서 나도 엉겁결에 "안녕하세요" 하고 응답을 한 뒤 자리에 앉았지만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를 않았다.
얼마 후 탑승하는 손님들마다 친절하게 대하는 그의 자세를 보고 그것은 전혀 거짓도 꾸밈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운전기사는 그의 뒷 좌석에 앉은 손님들 한분 한분마다 내릴 곳을 상세하게 안내해 주는데 여간 친절하지 않았다.
대구를 찾은 외지인들에게 '꿈의 궁전', '코리아나', '늘봄 ' 등 예식장을 안내해 주는 모습이 꼭 자신의 부모님 대하듯 공손하고 정성을 다하는 듯했다.
기사분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건네려 하는 순간, 마침 반대편 좌석의 아주머니 한 분이 "어쩌면 그토록 친절할 수 있나. 보기 드물 정도로 고마운 기사다"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처 내가 하고 싶은 칭찬을 대신 해주신 아주머니가 고맙기도 하고 용기가 남달라 바라보았더니 그 분의 인상도 무척 따스하고 밝아 보였다.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기사 아저씨, 참 대단하다.
여러 승객들을 맞다보면 짜증스런 일도 많을 텐데 친절로 손님을 대하는 것을 보니 참 흐뭇하다"고 말했더니 "평소 바쁠 때 같으면 오늘처럼 꼼꼼히 안내하기가 힘이 든다.
마침 일요일이어서 이만큼 할 수 있는 게 다행이다"는 겸손한 말로 응답해 주는데 정말 친절한 기사였다.
기사와 아주머니, 그리고 나는 다른 분들의 시선도 잊은 채 목적지까지 갈 동안 훈훈한 분위기에 젖어 오랜 지기처럼 대화를 나누었다.
버스 속은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간의 어색함보다는 미담향기에 젖어 온화함과 행복감이 넘쳐났다.
나도 내리면서 기사분에게 오늘의 친절과 대화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오르는 문의 윗 부분을 살펴보았더니 '한무웅' 이라는 이름과 함께 빙그레 미소짓는 그의 사진이 우리를 정겹게 지켜보고 있었다.
정말로 한무웅 기사의 행동은 작은 희망을 선물해 준 대구의 자랑이다.
부디 그 마음 변치 말고 우리 사회를 훤히 밝혀주는 등불로 오래도록 남아 주기를 진심으로 빈다.
한무웅 기사, 파이팅! 407번 시내버스 만세!
성병조(대구시 범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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