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 올들어 노인 자살 15명

일할 능력을 잃고 질병과 외로움에 좌절한 농촌지역 노인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가정의 달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지난 16과 15일 안동시 예안면 박모(63) 할머니와 풍산읍 김모(72) 할아버지는 지병인 고혈압과 간질환 증세가 심해지고 노농력을 잃은 것을 비관, "자식들에게 짐이 된다" 는 말을 자주 하다 음독해 목숨을 끊었다

또 지난 7일에는 안동시 남선면 최모(78) 할머니도 혼자살면서 외지로 나간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으로 근근히 생활해오다 지병이 악화돼 고통이 심해지자 목을 맸다.

이달초 예천읍 오모(66)씨는 자식들의 출가와 고된 노동으로 인해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다 간병해오던 부인이 외출한 사이 음독해 숨졌다.

안동경찰서가 최근까지 조사한 올해 지역내 자살자는 30명으로 이중 노인 자살이 절반인 15명으로 집계됐다. 예천, 청송지역의 노인 자살율도 30% 이상을 넘어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농촌 노령화로 무의탁 노인이나 노인 독립세대들이 급증하면서 질병과 노동력 상실 등으로 좌절한 노인들이 잇따라 극단의 방법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속된 경제난으로 자녀들로부터 생계비 지원이 축소 또는 중단돼 생계곤란이 가중되는 것도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가정법률상담소 안동지부 권오자(35) 상담위원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 상담소를 찾는 농촌지역 노인들 대부분은 자녀들의 부양을 받지 못하거나 상속과 관련한 재산분쟁, 건강문제로 고충을 호소한다는 것.

그러나 자신과 가계의 체면 등을 고려해 법률적인 구제 요청 등에는 소극적이고 오히려 그 책임을 자신이 지려는 가족애가 노인 자살의 주요 잠재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동시 사회과 김문연 노인복지담당은 "안동시의 경우 2002년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 독립세대는 4천199명, 완전 무의탁 홀몸노인은 132명으로 5년전보다 30% 이상 증가했으나 이들에 대한 관리 지원책은 답보상태" 라고 말했다.

특히 농촌노인 자살의 주요원인인 질병과 생계곤란 관리 해소를 위해 보건복지행정 서비스의 질적향상과 경로연금 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안동 류병원 정신과 김형배 과장은 "우리나라도 노령화사회로 접어든 만큼 노인자살 문제는 도.농간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며 "경제적인 도움과 함께 상실.무력감 등 심인적 요소를 완하할 수 있도록 노인들에 대한 관심과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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