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의 표 관리 부실에 대해서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한다. 이 문제는 사과 정도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고,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다만) 국민의힘에서 주장하고 있는 개표 중단과 재투표 요구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 -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촉발한 지난 3일 밤, 정부여당은 야권에서 분출하는 재선거 요구를 단칼에 거부했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지금, 선관위의 선거 부실 관리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2030을 주축으로 한 재선거 요구도 쉬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중요시하는 청년층에게 이번 선거는 용납 불가능한 수준의 부실함을 드러냈다. 여론조사에서는 2030 과반이 재선거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면서도 재선거 실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청년층을 놓친 게 기대를 밑도는 성적으로 귀결됐다고 복기하는 여권이 정작 이들 주류의 요구는 계속해서 외면하는 모습이 모순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엉망진창 선거에 뿔난 청년층…'재선거' 항의 구호 주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8일 낸 보도자료에서 본투표일 당일 투표용지 부족이 우려돼 추가 송부가 이뤄진 투표소가 140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추가 송부된 투표용지가 실제 투표에 사용된 투표소는 91곳이나 됐고, 이마저도 공급이 원활치 않아 투표가 중단됐던 곳도 26곳이었다.
이는 선관위가 당초 유권자의 60% 수준이었던 투표용지 최소 인쇄량을 이번 선거에서는 50%선까지 줄인 게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선관위는 해당 규정 변경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공식 회의조차 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키웠다.
온갖 오류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본투표일인 지난 3일 충북 청주시의 한 투표소에서는 1천295명의 유권자 명단이 누락된 사실이 투표 개시 이후 파악됐다. 전북·경기교육감 선거에서는 표 누락은 물론, 각 후보의 표가 주인을 바꿔 합산된 사례 또한 발견됐다.
이 같은 참정권 훼손 사태에 청년층이 이례적으로 전면에 나서 항의하기 시작했다. 잠실7동 제2투표소와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에서 열린 집회는 2030세대의 자발적 참여가 초반 동력이 됐다.
특정 일대의 실시간 인구를 가늠할 수 있는 서울시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올림픽공원 집회가 시작된 지난 5일부터 사흘 간 일대에서 가장 많은 머릿수를 기록한 세대는 20대로, 전체 인원 대비 비율이 30%에 달했다.
대학가에서는 각종 성명 발표와 시국선언이 줄을 이었다. 13일을 기준으로 총학생회 등 학내 기구에서 시국선언을 공표한 학교는 210곳을 넘어섰다. 지난 10일 오후 6시 10분에는 6·10 민주항쟁기념일에 맞춰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공동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청년층의 분노는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2명을 상대로 전면 재선거 주장에 대한 찬반을 조사한 결과, 전 연령대에서 찬성한 응답자는 44%, 반대한 응답자는 48%로 집계됐다.
40대~60대에서는 재선거 반대가 각각 56%·52%·63%로 우세했던 반면, 20대에서는 재선거 찬성률이 67%, 30대에서는 62%에 달했다.
이와 관련 한국갤럽은 "20·30대가 전면 재선거 쪽으로 기운 것은 결과에 앞선 과정상 공정성 중시 경향에서 비롯한 현상으로 짐작된다"고 해석했다.
(무선전화 가상번호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11.3%.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범보수 "선별~전면 재선거" 주장…與, 여론 눈치보며 '침묵'
재선거 요구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저마다 엇갈리고 있다. 범보수계열 정당은 전면 재선거부터 불가론까지 경우의 수를 모두 열어둔 채 논의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반면 민주당은 극소수가 '선별적 재선거'론을 주장할 뿐, 지도부를 비롯한 대다수는 명확한 의견 표명 없이 유보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본투표 당일 꺼낸 '절대 불가 방침'은 여론을 의식해 감추면서도 진전된 입장 역시 내지 않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장동혁 대표와 신동욱·김재원·김민수·조광한 등 국민의힘 당권파 최고위원 4명은 국민의힘이 승리한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한 전면전 재선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정권 박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결국 재선거밖에 없다"며 "선관위가 불법을 인정하고 선거 무효를 선언한 후 재선거를 추진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전면 재선거 주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정치적 부담을 지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특정 후보 사퇴 압박이냐고 묻는 건 온당치 않다"고 일축했다.
이외에도 장 대표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증거 보전 신청 접수, 선거 소청 준비 등을 예고했다.
김재섭 의원 등 국민의힘 내 소장파와 개혁신당 등은 선별적 재선거론에 가까운 주장을 이어왔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채널A라디오에서 "오 시장은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재선거가) 불가능하다"면서도 "재선거 실익이 있고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송파구 일대 기초의원이나 비례대표 등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신당은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김정철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증거 보전 신청 등에 나섰다. 개혁신당은 여기서 선거 과정상의 문제가 확인될 경우, 선별적 재선거를 위한 선거 소청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미지근한 대응에 정부여당 지지세 '흔들'
민주당에서는 박선원·최민희 의원 등이 서울·대구·경남 등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의 선별적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주류 의견은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일반론'에서 멈춰선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등 정부 요인들 역시 선관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주문하면서도 재선거 추진 여부 등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양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9일 국회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재선거 주장은) 법과 원칙 따라 처리되어야 할 것"이라며 "향후에 진행되는 소송 과정이나 소청 과정 등 법적인 절차와 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전용기 원내소통수석부대표 또한 이날 KBS라디오에서 당내 일각의 선별적 재선거 주장과 관련 "본인의 판단에 따라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이어 "이 부분은 법과 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법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것은 재선거가 실시돼야 한다'라고 하면 저희가 거부할 수 있는 내용은 전혀 없다"며 공을 사법부에 넘겼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 중 장동혁 대표의 재선거 주장을 겨냥해 "국민의힘은 근거 없는 부정선거론이나 사전투표 폐지 같은 억지는 그만두고 원인 규명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이라는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힘을 모아달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 등에서는 이번 선관위 관련 논란과 이에 대한 대응 방식이 지지율 하락의 주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7%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인 5월 3주차 대비 7%포인트(p)가 하락한 수준이다. 부정평가는 7%포인트 상승한 35%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의 부정 평가 사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항목은 '부실·부정선거, 선관위 문제(16%)'로, '경제·민생·고환율(14%)'보다도 높았다.
아울러 지난 10일 여론조사업체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41.6%, 민주당 지지율은 40.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초부터 줄곧 국민의힘에 오차 범위 밖 지지도 우세를 유지해 왔지만, 이 같은 흐름에 균열이 관측된 셈이다.
(무선 전화 자동 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포인트. 응답률 4.3%.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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