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각 구청이 올초 '노래방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잠시 숙졌던 불법.퇴폐영업이 최근 느슨해진 단속을 틈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1일 밤 기자가 찾은 대구 상동 들안길 주변의 몇몇 노래방은 화려한 내부 단장과 '화끈한' 서비스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한 노래방은 맥주는 물론이고 양주와 다양한 안주를 팔고 있었다.
시간당 3만원을 주면 접대 여성도 부를 수 있었다.
이 노래방 종업원은 "최근 단속이 뜸해져 손님들이 다시 몰리고 있다"며 "접대여성 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래방이 다시 호황을 누리면서 유흥업소나 식당.주유소.옷가게 등은 종업원 유출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들안길의 한 식당 주인은 "최근 여종업원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노래방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일손 부족으로 식당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 소개로 노래방에 취직했다는 박모(26.여.대구 범어동)씨는 "요즘은 옷가게.주유소 등지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친구들도 노래방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노래방의 퇴폐영업이 다시 성행하고 있는 것은 최근 각 구청의 단속이 느슨해진 탓이라는 것이 업계 주변의 분석이다.
실제로 올해 초 '반짝'하던 각 구청의 불법 노래방 단속실적은 최근 급격히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동구청은 지난 1, 2월 평균 15건의 단속 실적을 올렸으나 3월 7건, 4월 1건에 그쳤고, 북구청의 경우 3월까지 월 평균 30여건에 달하던 단속 실적이 4월 들어 8건으로 뚝 떨어졌다.
남구청도 올들어 매월 20여건을 단속했으나 4월들어 10여건으로 줄었고, 중구청도 월 3건 정도로 떨어졌다.
수성구청의 경우 1월 40건에 달하던 적발 건수가 2월 8건, 3월 6건, 4월 8건 등으로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각 구청의 적발 내용 역시 시설기준 위반이나 마이크 덮개 미사용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불법.퇴폐 행위로 지목되고 있는 접대부 고용.주류판매 행위는 한 두 건에 불과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곽성덕 대구지부장은 "최근 단란주점.룸살롱 등을 찾던 손님들이 노래방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노래방의 불.퇴폐 영업을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노래방협회 권태종 사무국장은 "대구에 문을 열고 있는 2천300여개 노래방 중 현재 300여개 업소가 불법.퇴폐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 협회의 추산"이라며 "5월 중에 자율 단속반을 편성, 접대부고용.주류판매 근절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법원장회의 "법치주의 실현 위해 사법독립 반드시 보장돼야"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폐지안 본회의 부결… 의회 앞에서 찬반 집회도
李대통령 "한국서 가장 힘센 사람 됐다" 이 말에 환호나온 이유
李대통령 지지율 50%대로 하락…美 구금 여파?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