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자립형 지방화를 위한 지역산업 발전방안 국정과제회의 주재 및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화 구상'의 발표 장소로 대구테크노파크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이 지방에서 공식회의를 주재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참여정부가 제1의 국정목표로 내세운 '지방화'와 '국가균형발전'의 기본원칙을 천명하는 상징적 장소로 '대구' '테크노파크'를 '낙점' 했기 때문이다. 그 함축적 의미를 분석해 본다.
◇대구테크노파크= 지난 1999년 다른 5개 시범테크노파크와 함께 출범한 대구테크노파크는 기본 개념이 '네트워크'를 통한 지역산업구조의 혁신이었다. 경북테크노파크 등이 한 장소에 각종 지원시설과 보육 및 관련 시설을 모아 설립하는 '단지형'을 추구한 것과 뚜렷이 대조되는 발상이다. 대구에 테크노파크 단지를 만들 수 있는 적당한 땅이 없었던 것도 이 같은 파격적 발상의 한 이유라고 할 수 있지만, 테크노파크를 통해 대구 전체의 산업구조 및 사회.문화적 '혁신'을 추구하자는 원대한 '꿈'과 '소망'이 담겨져 있었다.
'π' 플랜은 이런 의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경북대를 비롯한 지역대학은 신지식과 신기술, 신산업의 창출기능을 담당하고, 대구에서 가장 비즈니스 하기 좋은 장소인 동대구벤처밸리에는 대구테크노파크 본부가 입주한 대구벤처센터를 포함, 사무용 빌딩들이 밀집해 있다. 그러나 제조생산기지는 성서공단을 활용하고 있다. 대구 전역이 테크노파크의 활동 무대인 셈이다.
요즘만해도 최소한 말로는 지방정부와 지역대학, 지역 산업계의 협력 네트워크를 당연한 것으로 언급하지만, 당시는 함께 힘을 모아 더 큰 파이를 만들기 보다 내 몫 더 챙기기에 급급했던 시절이라 'π'플랜은 '지역혁신'을 위한 일종의 도박이었다.
그동안 대구시, 경북대, 계명대, 영진전문대 등 참여주체의 기본개념 인식부족, 내몫 먼저 챙기기 갈등, 지방정부의 무능력 등으로 온갖 우여곡절이 뒤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맥산시스템, 컴텍스, 아이씨코리아, 티지바이오텍 등 비록 규모는 아직 작지만, 머잖아 지역경제의 '빛'이 될 수 백개의 벤처기업들과 이 곳에서 일하는 수 천명의 젊은이들이 대구테크노파크의 그늘에서 성장하고 발전해 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대구와 국가균형발전= 참여정부의 국정목표는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산.학.연.관 및 지역언론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초광역(행정구역을 넘어선) 산업클러스트를 형성함으로써 지방의 내생적 발전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룩해 내는 것이라고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바로 5년전 '대구'가 '테크노파크'를 통해 이룩하려 했던 '지역의 꿈'이 국가적 차원의 '비전'으로 승화됐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기본개념이 유사하다. 이로써 왜 대통령이 대구의 테크노파크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방화 구상'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3대 원칙 및 7대 과제를 발표하게 됐는 지 그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정부의 지지기반이 가장 취약하고, 지역내 1인당 총생산이 13년째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대구'가 참여정부의 국정목표와 동일한 '비전'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역량 결집과 선택에 따라 현 정부 아래에서도 획기적인 지역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또 이점을 '정치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위 회의 개최지로 대구를 결정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구의 향후 과제= 대구테크노파크는 올해들어 지역의 대표적 씽크탱크인 대구사회연구소와 업무 협약을 체결해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지역혁신 리더와 인재를 양성하는 'CEO 아카데미' 개설 및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집단학습 프로그램 도입 등으로 혁신네트워크의 '허브(hub)'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한 대구는 내.외적 네트워크의 강화 및 새로운 '성장엔진'의 유치라는 과제를 달성해야만 지역혁신을 통한 경제.사회.문화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우선 대구 내적으로 보면, 테크노파크 사업 초기에 참여하지 못했던 다른 지역대학과 전통산업 기업인들을 대구테크노파크 사업에 참여시켜 명실상부한 지역의 혁신네트워크를 완성해야 한다. 대구 외적으로는 대구의 산업구조로 볼 때 경북과 도저히 분리해 생각할 수 없으므로 △경북테크노파크 △포항테크노파크 △구미디지털전자.정보기술단지 등과 실질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행정구역을 뛰어넘어 산업클러스트 육성에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또 다른 과제는 대구.경북은 '엔진이 없어 날지 못하는 비행기와 같다'는 냉혹한 현실 인식에서 나온다. 21세기의 특징인 과학기술 중심의 지식기반사회에서 '성장엔진'은 우수한 두뇌를 모우고, 신기술과 신산업을 창출해내는 연구기관이다. 이 때문에 지역대학과 연계된 R&D(연구개발) 네트워크의 중심기관으로서 DKIST(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의 설립은 지역이 내생적 발전역량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홍대일 대구테크노파크 사업단장은 "대통령의 대구테크노파크 방문은 현정부와 지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지역사회가 이 의미를 제대로 읽고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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