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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지하철노조의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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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밤 10시15분쯤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사무실. 관계자들이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다.

40여분 전 대구지하철 노사가 협상기간을 15일 연장하는데 합의, 가까스로 파업 위기를 넘겼기때문.

그러나 경북지노위 관계자들은 들었던 윗도리를 이내 다시 내려 놓아야 했다.

그 5분쯤 뒤 대구지하철노조 이원준 위원장 등 간부들과 그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다시 문을 박차고 들어선 탓.

이들은 다짜고짜 40분 전 합의한 것을 취소시키겠다고 했다.

협상 기간을 더 늘리겠다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노동위가 일방적으로 연장 합의를 강요한 것이어서 앞서 합의한 문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이미 합의한 문건을 뒤집어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말이었다.

노동위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취재를 위해 이곳에 몰려 있던 기자들까지도 이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노조위원장이 불과 40여분 전 협상 기간 연장 문건에 지하철공사 사장과 함께 서명했을 뿐 아니라 "협상을 더 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소식을 조합원들에게 알린 뒤 앞으로의 일정을 확정하겠다"는 요지의 인터뷰까지 한 마당이었기 때문이었다.

노조 관계자들은 처음엔 빨리 취소하라며 강짜를 부리다가 결국엔 '읍소형'으로 돌아섰다.

이들은 "이것 취소 못하면 노조 간부 옷 벗어야 한다"는 얘기까지 했다.

노동위원회는 일단 노조가 제출한 '취소 신청서'를 접수해야 했다.

이때는 대구지하철노조의 법정 조정 완료 시점인 23일 밤 12시를 불과 20여분 남긴 시점. 공익위원 조정회의를 다시 소집한다 해도 법정 조정 완료 시간을 넘길 것이 뻔했다.

그 후 노동위는 논란 끝에 노사 합의를 통해 그 앞서 신청된 협상기간 연장을 유효한 것으로 확정했다.

노조의 철회 요구가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노동위 한 관계자는 "지하철노조는 자체 판단 아래 합의서에 서명했다가 상급단체의 반대가 있자 합의 취소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계는 정부와 공사측이 툭하면 약속을 뒤집는다고 얘기하지만 노조도 약속 뒤집기에 만만찮은 재주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놀라워 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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