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녹색소비자연대 김태강(27) 간사는 가족들로부터 '별나다'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2년째 채식을 하고 있다.
처음엔 고기를 먹지 않아 몸이 약해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오히려 점점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 몸의 열도 많이 내리고 화를 내는 경우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김씨는 "소와 돼지를 도축하는 것을 직접 본 뒤 고기를 먹지 않게 됐다"며 "도축 과정에서 받은 극도의 스트레스 등 좋지 않은 기운이 고기를 먹으면 그대로 옮겨올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4년째 채식을 하고 있는 김종규(35·대구시 동구 신천동)씨도 완벽한 채식주의자로, 고기는 물론 계란이 들어간 빵이나 과자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김씨는 "채식을 한 후 트러블이 잦던 피부도 좋아지고 감정이 많이 순화됐다"며 "약물을 투여하면서 가축을 사육하는데 그 고기가 몸에 좋을리 있겠느냐"고 말했다.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가려먹기'란 문화를 만들어냈고 채식주의도 그 중 하나다.
육류와 유제품, 생선 등을 가려먹는 채식주의자들은 '채식은 사람의 몸과 정신은 물론 환경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식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진짜 채식만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계명문화대 식품과학과 정현숙 교수는 "채식만 해도 영양소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육류를 먹지 않더라도 채소나 과일 등에서 필요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 임산부, 노인들도 채식만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10여년간 채식만 하고 있는 대구의료원 신경외과 황성수(53) 과장은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몸에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며 "채식은 중풍,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을 예방할 뿐 아니라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건강식"이라고 말한다.
채식인들의 모임인 '한국생명채식연합(www.vege.or.kr)' 이원복 대표는 "현미의 경우 각종 비타민,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콩은 쇠고기나 돼지고기보다 단백질이 많은 등 채식만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처음 채식을 시작할 땐 현미와 콩을 재료로 한 식품, 제철 과일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는 것. 또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는 칼슘 흡수율이 우유보다 높고, 땅콩, 호두, 잣 등 견과류도 고단백, 저칼로리 음식인 데다 DHA 등이 많이 함유돼 두뇌회전에 좋다고 한다.
참깨, 들깨, 호박씨 등에는 칼슘과 철분이 많이 들어 있다.
처음 채식을 시작하면서 '고기' 생각이 날 경우 콩 단백질로 만들어진 고기와 햄류를 먹는 것도 좋다.
시중엔 콩의 단백질을 이용, 고기나 햄처럼 만든 식물성 단백식품들도 많다.
또 이러한 식물성 단백식품으로도 고기나 햄과 같은 조리법으로 요리할 수 있어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한편 '한국생명채식연합'에 따르면 우리나라 채식인구는 전체의 약 1% 정도. 대구지역의 이 모임 회원만도 2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채식 인구 중에는 순수채식인도 있지만 우유나 계란, 생선은 선별적으로 먹는 채식인들도 많다.
국제채식연맹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채식주의자 중에는 육류와 생선은 먹지 않고 우유와 계란까지 먹는 채식인구가 가장 많다고 한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는 여름의 문턱에서 건강을 위해 무언가를 '먹어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덜 먹을 것'을 고민해본다면 한결 자연에 가까운 식단을 만나게 될 것이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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