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이 어느 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침실로 급히 초대됐다.
이번 회동은 연회(宴會)가 아닌 '현장 목격'을 위한 아주 이색적인 모임이었다.
현장을 보는 순간 근엄한 신들조차 웃음을 참지못했다.
벌거벗은 아프로디테와 그의 연인 아레스가 보이지않는 그물에 묶여 뒤엉킨 채 원시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파이스토스가 부인 아프로디테의 부정(不貞)현장을 잡아내기 위해 쳐놓은 덫에 걸려 든 것이다.
▲완벽한 여성미를 갖춘 아프로디테는 키 작고 추남인 절름발이, 헤파이스토스와 짝을 이루었다.
이러니 무용(武勇)과 남성미의 상징인 전쟁의 신 아레스와 사단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의 사랑놀음은 남편에게 발각되고 헤파이스토스는 복수를 다짐한다.
그는 대장장이답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거미줄을 침실에 설치, 현장을 절묘하게 포착하여 신들에게 별난 구경거리를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신들이 이들을 조롱한 가운데 "저 그물이 세 배쯤 질겨서 영원히 저렇게 갇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오히려 아레스를 부러워했다는 헤르메스의 독백은 유명하다.
▲아프로디테는 귀찮을 정도로 '스토킹'을 당했지만 그녀가 스스로 쫓아다닌 남자가 바로 아레스다.
역시 전쟁의 신의 갖고있는 전투적 매력이 여신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일까. 그래서 후세 인간들은 태양계 9개 행성 중 가장 붉게 빛나는 화성(火星)을 전쟁의 신에다 비유했다.
아레스의 로마 신에 해당하는 마르스(Mars)가 바로 화성이다.
화성은 지구의 밖을 돌고 있는 첫 번째 '외행성'으로 지름이 지구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질량은 지구보다 오히려 무거울 정도로 밀도가 높다.
지금은 탐사선이 수시로 들락거려 신비감이 떨어졌지만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이야기만큼 인간들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 됐음은 물론이다.
▲지구와 화성은 공전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태양-지구-화성 순으로 다시 일직선이 되려면 780일이 걸린다.
일직선이 되도 지구와 화성의 거리는 천차만별인데 15~17년을 주기로 '대접근'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오는 27일 오후 6시51분이 바로 '대접근'으로 지구에서 5천576만km에 불과한 6만년만에 가장 가까운 거리라고하니 육안으로 관찰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화성 표면은 화구와 화산으로 뒤덮여있는데 화산 중 가장 높은 것이 '올림푸스 산'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어디 신명나는 구석이 없는 요즘,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신화가 묻어있는 올림푸스 산을 직접 관찰한다는 설레임에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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