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BS 특집프로그램 두편-이라크 전쟁과 방송의 정체성

'이라크전에서 미국인들에게 영웅이 된 린치 일병과 아랍의 영웅 알자지라 방송'.

EBS는 방송의 날을 맞아 27일과 내달 3일 밤 이라크 전을 통해 방송의 정체성을 뒤돌아보는 특집프로그램 두편을 방송한다.

첫편은 '린치 일병 구하기'(밤 10시). 제시카 린치 일병의 억류 및 구출작전은, 미군에 의한 민간인의 살상이 알 자지라 등 아랍 언론을 통해 방송되면서 미국이 궁지에 몰렸을 때 전 세계적으로 보도되었다.

유래 없이 격렬한 미디어 선전전이 벌어졌던 지난 이라크 전에서 예상치 못한 이라크 군의 강한 저항 앞에 장기전을 걱정하던 미국은 이른바 '린치 일병 구하기' 한방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19세의 나이로 전쟁에 투입된 어린 소녀 제시카 린치 일병이 총상과 구타로 쓰러지면서도 이라크 군에 저항했으며 이라크 군은 생명이 위독한 소녀의 신병조차 인도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 그것은 전쟁 기간 내내 미국의 전쟁 목적에 의문을 품었던 미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적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이 되었다.

특히 미군 특공대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되는 모습과 무사 귀환한 제시카 린치 일병의 앳되고 귀여운 모습은 시너지를 일으키며 애국심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린치 일병 구하기'는 정교하게 조작된 미디어 사기극임이 드러나면서 세계는 충격에 빠졌고 방송인들은 자괴감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서방 언론은 린치가 총상을 입었으며 이라크군의 구타를 당했다는 보도를 내보냈지만 사실은 전혀 달랐다.

린치는 교통사고로 인한 골절상을 입었고 이라크 군은 린치를 병원에 보내 치료를 받게 했으며 그녀를 치료한 의사들은 미군에게 그녀를 넘기려고 노력까지 했다.

2편은 '아랍 스스로의 목소리 찾아서-알 자지라 TV'편을 방송한다.

지난 이라크전 기간 내내 카타르의 위성뉴스 채널 알 자지라는 서방 언론과 구별되는 아랍적인 시각과 충격적인 화면으로 전세계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91년 걸프전 당시 CNN이 독점하던 전쟁보도는 이번 이라크 전에서 서방 언론과 아랍 언론의 대결구도로 이뤄졌고, 아랍 언론 중 가장 두각을 보인 언론사가 알 자지라였다.

이 프로그램은 미군의 폭격으로 이라크전이 시작된 시점부터 전쟁이 종결될 때까지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간 알 자지라방송 보도본부의 기자들을 보여준다.

이재협 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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