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반란의 시대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 나도 주말에 방영되는 사극'무인시대'는 꼭 보게 된다.

궁정 암투와 여인들의 모략이 주종을 이루는 조선시대 사극과는 달리 무인들이 등장하는 역동적인 극의 전개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사실 무인정권 시절은 그야말로 '반란의 시대'였다.

고려국왕의 무능과 문신들로부터의 홀대에 불만을 품은 무인들이 정중부를 중심으로 난을 일으켜 권력을 잡았으며 이후 이의방 이고, 경대승, 이의민, 최충헌으로 이어지는 정권탈취 반란과 전국적인 민란이 역사 이래 최고의 반란시대를 구가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집권층이 문신에서 무인으로 바뀌었을 뿐 백성의 헐벗고 굶주림은 더해 가고 새로 정권을 잡은 무인들은 권세를 이용해서 온갖 진귀한 금은보화를 손에 넣고 대저택과 함께 산맥과 강을 경계로 사유지를 차지하였다.

그러면서도 무인정권은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하기는커녕 중원을 통일한 강대국 원나라에 어설픈 대처를 하다가 결국 나라 전체를 원제국의 속국으로 전락시키기까지 하였다.

최근 원로 사회학자인 연세대 송복 명예교수는 강연에서 국민의 정부 시절은 민주화나 개혁에의 충성여부에 따라 지위를 어지럽힌 '지위교란 시대'였다면, 요즘은 그시절 보다 훨씬 심각한 '지위반란 상태'라고 정의했다.

즉 우리 사회가 능력도 없고 경험도 부족한 사람들이 단지 새사람이라는 이유로 고위직을 차지하여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스스로의 신분상승 기대가 무너지자 이런 '지위반란 사태'에 갈채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후 '우리 사회의 주류를 교체하겠다'는 섬뜩한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는 현 상황을 반란상황으로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각자의 가치관과 시각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반란에 성공해서 권세를 얻은 그들이 백성을 끝없는 도탄에 빠뜨리거나 외적에게 나라를 통째로 내어 주는 어리석은 일만은 제발 저지르지 말기를 바란다.

김재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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