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 FTA, 왜 서두르나

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체결 관련 '로드맵'이 갑자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경제 블록화'시대에 FTA체결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재신임 정국'으로 국내 사정이 더욱 어수선해진 마당에 한국경제 기조 자체를 뒤흔들 중대 현안을 이처럼 다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타이밍에도 문제가 있거니와 자칫 '졸속과 부실'로 연결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정부는 방콕에서 열리는 제1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일본과 별도의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간 FTA 체결 추진을 위한 정부 차원의 공식협상을 연내에 착수, 2005년까지 매듭지을 방침이라고 한다.

지난 6월 노무현 대통령은 방일 정상회담에서 'FTA 조기추진'에 합의했으나 산업기반이 약한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는 국내산업에 미칠 파장을 감안, 일본측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시기는 구체화하지 않은 당시와는 사뭇 대조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서둘러 일정을 확정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FTA의 거센 물결을 눈으로 확인한 노 대통령의 충격 때문인지, 대 일본 경협에서 중국에 선수를 뺏기지 않으려는 사전 포석인지, '재신임 정국'을 경제로 돌파하려는 국면전환용인지 확실치 않다.

문제는 한.일 FTA는 당위성만 내세워 성급하게 추진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한.칠레와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농업보다는 2차산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일FTA는 두 나라 관계가 아닌 한.중.일 동북아 3국 FTA와 깊이 연결돼 있으며 경제적 격차는 물론 역사적.문화적으로 걸림돌이 많다.

따라서 속전속결이 능사는 아니다.

국민 모두가 필요성을 인정하고있는 만큼 충분한 여론 수렴과 사후 분석을 거친 후 가속도를 붙여도 늦지않을 것이다.

FTA는 부동산 단기 대책처럼 하루 아침에 내놓는 정책은 분명 아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