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12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하나의 수수께끼는 역대 수상자들이 일본 최고의 명문인 도쿄(東京)대보다 교토(京都)대에서 더 많이 배출됐다는 사실이다.
대학 구성원의 자질이나 연구환경으로 볼 때 도쿄대가 앞서야 하는 게 상식이지만 그렇지가 못했다.
그 분석 결과가 흥미롭다.
도쿄는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수질.공기오염, 소음 등 각종 공해에 시달려왔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일본의 1천년 수도였던 교토는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도시다.
깨끗한 수질과 공기, 안정된 분위기가 사상과 학문의 배지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래 전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서의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관념으로는 시끌시끌한 분위기가 연출될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침 밥 구경을 못한 사람들 마냥 대합실 전체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였으니까. 비단 공항에서만이 아니라 열차 안도 마찬가지였다.
▲헤겔은 "역사란 인간이 자유를 한 단계, 한 단계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자유는 평등에 우선하고,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에 우선한다
그러나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절대적 자유란 있을 수 없다.
절대 자유는 이상일 뿐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가 금과옥조로 삼는 종교.언론.결사 등의 자유들도 다른 자유와의 충돌과 마찰을 고려한 상대적 자유일 뿐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도 그렇다.
타인의 생활에 불편을 주고, 사무와 영업을 방해하며,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집회.시위까지 보호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자유를 행사하기 위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모순이 될 수 있다.
'방해받지 않는 생활을 할 권리'가 더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법사위는 어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반대 기관.단체들은 개정안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집회.시위의 자유는 시위문화의 성숙도에 비례하는 것 아닐까. 지금의 우리는 광범한 집회.시위의 자유를 누릴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비단 집회.시위의 문제뿐이 아니다.
우리사회는 훌륭한 사상과 정신을 얻어내기에는 너무 시끄러운 환경이다.
가두의 상점에서부터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 이르기까지 소음공해가 판을 친다.
소음을 일으키는 것을 예사로 생각하고, 타인의 방해받지 않는 생활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이런 환경을 고치지 않으면 노벨상도, 선진국 진입도 어려울 것이라는 추론에 빠지게 된다.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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