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깜언(感恩) 한국" 무료수술 받은 배트남 리남 하이(19)군

"이젠 남들처럼 두발로 걸을 수 있답니다".

지난달 21일 베트남에서 온 리남 하이(Ly Nam Hai.19)군은 생애 가장 큰 선물을 받게 됐다.

남들과 같이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됐기 때문. 하이군은 7일 대구 달서구 성서병원에서 평생 소원이던 양쪽 다리근육 및 힘줄 이완(보행교정) 무료수술을 받은 것.

하이군은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 다리마비와 경직증상으로 5살 이후로는 목발이나 휠체어 등 보조기구에 의존해왔다.

추정병명은 신경근골격계 질환인 소아마비나 뇌성마비 후유증. 문제는 수술비도 그렇지만 베트남에서는 마땅히 수술받을 데가 없어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간신히 미국적십자사 의료진에게 부탁, 수술예약을 했지만 이마저도 대기자가 너무 많아 '꿈'을 접었다

그러던 중 한국인 남편과 결혼, 대구에 사는 어머니 레 티 앙튜(Le Thi Anhthu.39)씨를 통해 하이군은 새 희망을 얻게 됐다.

하이군과 비슷한 병을 갖고 있던 고향사람이 한국서 수술을 받고 나았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가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뛰기 시작한 것.

하지만 만만찮은 치료비가 또 다른 벽이었다.

앙튜씨는 "처음에는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너무 기뻤지만 막상 어디에,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수술비용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했다"고 그간의 답답했던 심정을 말했다.

그러나 앙튜씨 모자의 고민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결됐다.

앙튜씨가 평소 도움받던 외국인근로자선교센터 박순종 목사로부터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대구전공의 협의회에서 대구시의사회에 도움을 요청, 성서병원 이재구(48)원장이 기꺼이 무료수술에 나서기로 한 것.

이 원장은 "후배의사들의 좋은 뜻을 받아들였을 뿐이고 수술이 가능한 의사라면 누구라도 부탁에 응했을 것"이라며 "수술경과가 좋기를 바랄 뿐"이라 했다.

7일 이원장과 경대병원 정형외과 오창국 교수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하이군은 이제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20년간 제대로 한번 걸어 보지도 못했지만 이제는 다른 친구들처럼 걸어 다니며 축구도 하고 싶다"는 하이군은 "수술경과가 어떨진 모르지만 평생소원이던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평생 처음 찾은 나라에서 '사랑'을 듬뿍 얻은 하이군은 "한국, 깜언(感恩)!"이라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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