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큰 줄기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은 물꼬를 제대로 잡은 것처럼 보인다.
집권 1년 만에 이 정도라도 발전한 게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아직 심각한 신뢰의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신뢰를 허무는 일들을 예사로 하고 있다.
회견의 형식과 회견의 구석구석에서 흘러나온 부적절한 이야기들이 아직 대통령직의 무거움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청와대는 회견의 질문자 선정을 감정적으로 처리해 스스로의 권위를 먹칠하고 말았다.
방송 2명, 중앙지 2명, 지방지 2명 등에게 질문권을 안배하겠다는 것이 당초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실제 질문은 방송 6명, 중앙지 1명으로 바뀌었다.
추첨을 통해 질문권을 얻은 조선일보는 질문에서 제외됐다.
청와대의 속 좁음을 만 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의 외교부 사태와 관련하여 중징계 방침을 명확히 했다.
대통령의 말은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입으로 거론해야 할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모기를 잡기 위해 도끼를 휘두르는 격이 아닐까. 사태를 돌이켜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런 애매한 문제에 끼어 든 것부터가 잘못이다.
거기에 대통령까지 가세했으니 청와대 꼴이 더욱 우습게 비쳐질 수밖에 없다 .
외교부 사태의 진실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된 공무원들이 자신을 변호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견의 질문자 선정에서까지 속 좁음을 보이는 정부라면 외교부 사태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지만 괘씸죄 이상의 죄목을 찾아내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결국 외교부 장관의 사직까지 몰고 왔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부스럼의 딱지까지 떼 내는 편집증이 일을 엉뚱한 방향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이런 아마추어 정치의 볼모가 돼야 하는지 가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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