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자? 한문!

우리 선조들은 자신의 충정과 절개를 흔히 伯夷(백이)와 叔齊(숙제)의 고사를 인용해 나타내곤 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문학작품에서도 자주 거론되었다.

'봉산탈춤'의 좬首陽山(수양산) 백이.숙제 採薇(채미)하자고 날 찾나좭라는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백이.숙제의 고사를 인용한 작품은 이외에도 그 수를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端宗(단종)을 복위시키기 위해 충정을 다하였던 死六臣(사육신) 중 한 명인 成三問(성삼문: 1418~1456)의 한시에 '祭夷齊廟(제이제묘)'라는 작품이 있다.

이 시의 네 번째 句(구)에 '愧君猶食首陽薇(괴군유식수양미) 그대가 수양산의 고사리를 캐먹은 것이 부끄러우니라'라는 구절 또한 백이.숙제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백이.숙제를 칭송하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殷(은)나라 紂(주)임금 때의 일이다.

주임금은 夏(하)나라의 桀(걸)임금과 더불어 포악한 임금의 상징으로 일컬어진다.

백이.숙제는 文王(문왕)이 노인을 잘 봉양한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로 갔으나 문왕이 죽고 아들 武王(무왕)이 아버지 무왕의 木主(목주:신주)를 모시고 紂(주)임금을 정벌하러 가고 있었다.

백이.숙제가 행군 대열에서 무왕의 말고삐를 잡고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사도 지내지 않고, 곧장 전쟁을 일으키니 '효도를 한다'라고 할 수 있습니까? 신하로서 임금을 죽이려고 하니 '어질구나[仁]'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좌우의 신하가 그들을 죽이려고 하니 무왕이 말하기를, '이들은 의인들이다! 이들을 부축하여 가게 두어라'라고 했다.

이후, 백이.숙제는 무왕의 행실을 부끄럽게 여겨서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에 숨어 고사리를 캐서(採薇) 먹고 지내다가 굶어서 죽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신의 절개와 지조를 버리지 않는 백이.숙제의 의인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採薇(채미)'라든가 '首陽薇(수양미)'로 후인들이 표현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성삼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양산의 고사리조차 주나라의 비와 이슬을 먹고 자랐으니, 그 역시 주나라의 고사리요, 그런 고사리를 먹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끄럽다고 여긴 것이다.

약자의 위에서 군림하려 하고, 권력자의 아래에서 아첨.아부하는 이들에게 한번쯤 叱咤(질타)를 가할 수 있는 구절이 아닐까.

김상규(대구 청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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