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 입시는 수험생 개인이 아니라 온 가족이 매달려야 하는 고난의 관문이다.
수험생이 있는 가정은 일년 내내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다.
모의고사 성적에 식탁의 분위기가 좌우되고 입시 결과에 따라 집안의 사정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수험생 엄마들은 가히 철인이라 불릴 만하다.
새벽 6시 이전에 일어나는 게 보통. 밥을 해 먹이고 도시락을 싸서 날이 밝기도 전에 등교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덩달아 출근길이 바빠진다.
자녀를 학교에 태워준 뒤 직장에 가도 동료들이 출근하려면 한참이 남게 마련이다.
운전을 배워 직접 태워다주는 엄마도 적잖다
밤11시를 전후해 다시 집을 나서는 엄마.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자녀를 데려오기 위해서다.
한 술 더 떠 그 시간에 학원까지 다녀오는 경우도 많다.
새벽 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기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대학과 학과가 결판나는 고3 시기에 이런 가정의 모습을 지나치다고 나무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초등학생, 유치원 시절부터 성적이라면 호들갑을 떨어대는 극성이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옆집 아이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사교육에 드는 비용을 아끼려 들다간 부부싸움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자녀들은 어려서부터 이같은 현실에 익숙해진다.
좋은 성적을 받아가면 집안이 잔치 분위기가 되고 외식이다, 용돈이다 아끼지 않는다.
TV를 봐도, 게임을 해도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중요하든 않든 시험을 한번이라도 망치면 무슨 큰 일이나 난 것처럼 가족 전체의 말수가 줄어들고 집안의 활기가 사라져 버린다.
초등학생만 돼도 이럴 땐 방에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에 비하면 선진국 어린이들은 참으로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학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미국 초등학교 교사들은 1학년은 일주일에 2, 3번 하루 20분 정도, 3학년은 일주일에 3번 하루 30분 정도 하면 되는 분량의 숙제를 내 준다.
프랑스에서는 1학년 학부모들에게 공부는 학교에서 많이 시키니까 집에서는 공부를 시키지 말아 주세요라고 당부하는 교사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숙제라야 하루 10~15분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만 낸다.
우리와 크게 다른 점은 스스로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 학부모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을 들어주고 대견해하는 얼굴을 보여주는 게 최선의 역할이다.
성적에 관계되면 엄마 아빠가 팔을 걷어부치고, 심지어는 과외 선생까지 들이는 우리 현실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어려서부터 성적에 민감하게 자라는 아이들에게 인성이나 개성이 제대로 자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경쟁만을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 남에 대한 배려나 예절을 배우라고 할 수도 없다.
성적에 울고웃는 부모들을 지켜봐야 하는 자녀들에게 좋은 성적 외에 다른 것을 바랄 수도 없다.
성적은 올바른 성장의 바로미터가 아니다.
성적 하나하나에 온 가족이 휘둘리는 현실을 넘어서지 않는 한 가정의 진정한 행복과 자녀의 올바른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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