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7대 총선포인트-(3)非한나라당 세력의 성공가능성

열린우리당 약진·한나라당 퇴조...여론조사기관들 지적

한나라당 이해봉(李海鳳) 대구시지부장은 "각종 선거에서 대구지역 득표율은 선거 직전 여론조사 수치의 절반을 더한 것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한나라당 지지율을 냉정하게 봐도 30%선인 만큼 총선에서 득표율은 40%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2000년 4월 16대 총선 당시 1월 여론조사에서 39.6%의 지지율을 보인 한나라당은 득표율에서 1.5배를 약간 넘는 62.9%를 기록했다.

또한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조해녕 후보는 투표 보름 전 조사에서 지지율이 40.3%였으나 득표율은 61.2%를 기록, '신기하게도' 여론조사 지지율의 약 1.5배에 가까운 득표율을 나타냈다.

이 정도라면 이 지부장의 이야기는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곳곳에서 열린우리당의 약진과 한나라당 당세의 퇴조 조짐이 감지되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이 지역 선거판을 사실상 좌지우지한 '반 DJ' 정서가 퇴장한 데다 한나라당이 두 번의 대선 패배의 후유증으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함에 따라 '불임정당' 이미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약진도 만만치 않다.

최근 정동영(鄭東泳) 당의장 선출 이후 열린우리당이 창당 이후 마(魔)의 지지율로 여겨지던 10% 벽을 넘어서 15%대에 육박했다는 것이 지역 여론조사 기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부 조사에서는 20%대까지 오른 조사 결과도 있다.

한나라당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수치다.

한나라당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있는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 역시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영남에서 싹쓸이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다.

지난 4일 공천심사 토론회 참석차 대구에 온 소설가 이문열(李文烈)씨 역시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효과가 예상과 달리 지속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각종 이벤트를 통한 여론 주도권 잡기에서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를 종합해 보면 아직 뚜렷한 추세나 방향성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여론의 변화 기류가 있고 적어도 "한나라당 독식 구도가 지역 발전을 위해 이로운 것만은 아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역의 열린우리당은 이런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민생 속으로' 등 이벤트 정치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팀플레이'를 우선한다.

특히 대구는 한 선거구라는 인식에서다.

열린우리당은 지역경제 살리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치적 독점 이후 지역 경제가 퇴보 내지 답보상태를 보여 결국 전국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는 것이 홍보 논리다.

이를 바탕으로 최소 대구 3곳, 경북 4곳 정도의 의석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최근 중앙당직을 모두 내놓고 대구에 올인(All-in)을 선언한 이강철(李康哲) 전 열린우리당 영입단장도 "한나라당에 맡겨 놓았더니 대구가 몰락하는 도시가 됐다"며 "열린우리당이 나서 대구와 경북의 경제를 살려놓을 것이며 이런 일은 여당이 발벗고 나설 때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경제제일주의' 전략이다.

조순형(趙舜衡)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는 민주당은 조순형 효과를 극대화, 지역주의 극복을 실천하는 정당이라며 지역에서 실추된 당 이미지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최순모(崔純模) 경북도지부장은 "조 대표는 2월 중순 청문회가 끝난 뒤 지역을 찾아 출마 지역구 문제 등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며 "아직 조 대표를 제외하고 누가 출마할지 결정된 바는 없으나 이달 하순부터는 조 대표 당선을 위한 총력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경북지역 정치구도에서 한나라당 독점체제가 붕괴된다면 열린우리당과 함께 한 몫을 할 수 있는 세력은 무소속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직 한나라당 후보 공천이 확정되지 않아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2월말쯤이면 선거전의 구도가 대강 드러나고 친 한나라당 성향의 인사들이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에 반발, 대거 무소속 출마 대열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나라당의 잇단 공천 잡음과 관련, 한나라당을 향한 표의 구심력은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한 만큼 유력한 열린우리당 후보가 없는 선거구에서는 한나라당 후보와 이들간의 맞대결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공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한 예비후보는 "경선에 나서 떨어진 것도 아닌 만큼 승복할 수 없는 공천이라면 그 부당성을 선거를 통해 입증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진작부터 무소속을 공언한 박철언(朴哲彦), 김한규(金漢圭) 전 장관과 이의익(李義翊) 전 대구시장 등 거물급 인사들 및 여야 어느 정당도 택하지 않은 참신한 신인들 중에도 역량을 가진 이들이 적지않아 지역구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선거 결과를 속단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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