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지난해 2월15일 양국 대표가 협정문에 서명한 지 1년 만인 16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최근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자유무역 흐름에 동참하게 됐다.
그러나 한-칠레 FTA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한-일, 한-싱가포르 FTA가 남아있고 이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농산물 문제도 여전하다.
그렇다면 농가인구 비중(통계청 2003년 농업기본통계조사)이 20.5%로 전국평균 7.4%보다 훨씬 많은 경북도내 각 시군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특화농업이 정착된 지역을 중심으로 FTA파고를 넘는 현장을 찾아 그 노하우를 듣는다.
편집자
한-칠레 FTA 국회 비준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국의 농업인들이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나 세계 제일의 생산량과 품질을 자랑하는 '성주 참외' 생산 농업인들은 의외로 차분했다.
농산물 무한경쟁 시대에 대비해 2년 전부터 기술혁신에 나서는 등 성주군과 농협, 농업인들이 똘똘 뭉쳐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주군은 칠레에서 신선 포도가 수입되기 시작하면 어떤 식으로든 간접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고품질의 환경농산물 생산과 유통체계 개선 등 FTA 대책을 긴급 마련했다.
◇예상되는 간접 피해
성주 참외는 지난해 생산 면적 3천ha에서 2천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국 51%, 경북 73%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같은 비결은 다른 지역의 비닐하우스 참외보다 당도면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서 있는 탓도 크지만 사과, 복숭아 등 다른 과일의 비수기인 2월부터 '금싸라기' 참외를 출하하기 때문이다.
과일 단경기에 출하, '희소성'으로 인해 성주 참외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FTA 통과로 봄철에도 각종 과일들이 국내 시장에 무차별 수입되고 소비자들도 가격면에서 성주 참외보다는 저렴할 것으로 보이는 외국산 과일에 눈을 돌릴 것으로 보여 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성주군 농협지부도 "칠레산 포도의 수입유통시기가 3~6월로 예상된다"며 "2월부터 5월까지 전국 과일 시장을 석권했던 '성주 참외'의 매출에 다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기능성 참외가 살길
성주군과 농협은 '기능성 참외'로 FTA파고를 넘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친환경 비료를 활용해 소비자의 건강과 기호에 맞는 '기능성' 참외 생산으로 국내 및 수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친환경 농법으로 '가야산한방' '키토산' '게르마늄' 등 10여종의 기능성 참외를 개발해 농림부로부터 품질인증을 받은 30여개 작목반에 대해 예산.기술을 중점 지원한다.
또 올해 중으로 기능성 참외 품질인증 작목반을 10여개 추가해 육성하는 등 고품질로 차별화 전략을 세운 성주군과 농협은 참외 시설지원비로만 올해 6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참외 수출과 환경농업 단지 3군데(면적 100ha)에 미생물과 게르마늄, 키토산 액비 지원사업을 벌여 토양환경을 대폭 개량한다.
품질 향상과 생산비 절감을 위한 생산기반 자동화시설 확충에도 지원이 잇따른다.
인부들의 수작업에 의존하던 비닐하우스 개.폐 작업을 자동개폐 시설로 바꾸는 등 '패키지사업'에 20억원, 토양을 환경적으로 개량하는 액비제조기와 이온청수기 등 각종 시설개선에 1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성주군 정종용 산업과장은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성주 기능성 참외는 환경친화와 품질면에서 놀라운 성장을 거두고 있다"며 "세계 제1위 참외의 명성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품질 경쟁력 확보와 관련, 전국 회원농협이 지난해 영농부문 농협 대상을 받은 수륜농협을 벤치마킹할 정도다.
수륜농협은 꾸준한 유기농 기술지원으로 200여 재배농가가 친환경 참외를 생산하도록 뒷받침했다.
특히 자체 공판장에 비파괴 당도 선별기를 설치해 맛과 좋은 색깔의 참외 공급에 앞장서고 있다.
◇유통환경 개혁
국내 대형 유통업체의 급성장 등 농산물 유통환경이 급변하면서 천차만별의 성주 참외 유통체계에도 근본적인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성주참외는 농가 개별출하에 따른 일부 품질저하와 공신력 실추, 들쑥날쑥한 수확시기로 가격 진폭이 심한 등 유통상의 피해가 적잖았다.
이를 막기위해 농협 주도로 추진하고 있는 참외 공동선별.출하.계산 등의 '공동계산제'를 확대하고 있다.
공동계산제는 회원농협이 지역내 공판장을 경매식 집하장으로 운영하면서 품질 보증과 농가 소득 향상을 도모하는 방식. 수륜농협 등 일부 농협에서 이미 활성화한 선진 유통체계다.
공동계산제 실시로 회원농협과 농민인 조합원간에 신뢰가 생겨 공정가격 실현과 상품에 대한 차별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농협과 작목반의 공통된 얘기다.
농협 성주군 남재락 지부장은 "현재의 주먹구구식 유통체계로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재배 농가들도 인식해 올해부터 공동계산제가 확대되고 있다"며 "공동브랜드 개발과 시장개척까지 책임지는 '참외 연합마케팅'도 당장 실시할 방침"이라고 했다.
◇산지유통센터에 기대
성주군 대가면 부지 1만여평에 건립할 계획인 대형 농산물산지유통센터가 2005년 들어서면 참외 유통체계는 획기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군비로 충당될 부지매입비 10억원을 제외한 사업비 50억원(국.지방비 각 25억원)의 유통센터건립사업 승인심사를 진행중인 농림부는 최근 성주군에 긍정적인 내부 방침을 전해 성주군은 올해 상반기 착공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사업 주체는 성주군이며 9개 회원농협과 농협군지부가 운영을 맡아 공동브랜드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유통센터는 '성주 참외'의 도.소매와 배송, 전자상거래를 처리하게 된다.
또 참외 예냉 및 저장.집하시설, 선별포장 등의 첨단 시설을 갖춰 신선한 고품질의 참외를 판매한다
농협은 유통센터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국내 판매망 확보외에도 수출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비해 성주군은 최근 기구개편을 통해 시장개척팀을 신설,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국한된 참외 수출망의 다변화를 꾀할 생각이다.
한편 성주군은 5월 2일부터 4일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단장한 성주 참외축제를 개최해 소비확대를 위한 대대적인 참외 홍보에 나선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참외깎기와 먹기 체험행사를 비롯해 참외마라톤대회와 참외아가씨선발대회 등 참외를 주제로 한 30여 가지의 다채로운 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특히 마라톤대회에는 전국에서 5천여명의 마라토너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돼 참외 특수를 노린 회원농협들이 판촉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성주.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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