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닭집골목' 주말 매출 80% 회복

"이제야 세상 살맛 나네요. 지나간 두달이 한 20년은 된 것 같습니다".

20일 밤 9시 대구시 동구 평화시장내 닭골목. 고소한 닭튀김 냄새가 손님들의 발걸음을 타고 골목 가득 퍼져나가고 있었다.

문앞에 서서 손님을 부르는 주인들의 활기찬 목소리. "싸고 맛있어요!".

전국의 대표적 명물 닭 골목인 평화시장에 봄 소식과 함께 '활기'가 돌아왔다.

골목길을 가득 채운 41개의 닭집마다 젊은층들로 북적이고, 배달나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예전 수준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이 정도라도 다행이죠. 대학 개강때까지 조류독감 여파가 계속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요즘은 발길을 끊었던 단골들도 다시 찾아오고 있어요". ㅈ식당의 박모(42.여)씨는 모처럼 환한 웃음을 입가에 띄웠다.

박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이 평일에는 과거의 절반정도, 주말에는 70~80% 선을 회복하고 있다"며 "찾는 사람이 아예 없어 가게 문을 열기가 두려웠던 2, 3주 전에 비하면 천만다행"이라면서 연신 닭튀김을 담아내기에 정신이 없었다.

튀김닭 배달이 주업종인 ㅁ통닭 이모(39)씨도 "조류독감 이전의 매상을 거의 회복해 가고 있다"며 "졸업시즌이라 일시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20억원 보상금' 보도 이후부터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시장을 찾는 손님들도 이제는 마음속의 '꺼림칙함'이 사라진 듯하다.

친구들과 함께 평화시장을 찾았다는 박선화(21.여대생.북구 태전동)씨는 "조류독감 걱정때문에 한동안 평화시장을 찾지 못해 아쉬웠다"며 "닭.오리를 먹어도 별 이상이 없다는 언론의 보도가 계속되면서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닭골목 사람들에게는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닭의 대량 폐기로 인해 산지 물량이 바닥나면서 하루가 다르게 생닭 가격이 뛰어오르는 등 이제는 공급 부족에 따른 '닭 파동'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시장에서 '통닭 상우회'를 이끌고 있는 장동근(37)씨는 "생닭값이 하루에 200원 꼴로 뛰어올라 2천원 내외이던 닭값이 지금은 한마리 3천200원으로 올랐다"며 "그러나 음식값을 올릴 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손님구경하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생닭 가격이 올라 또다른 고민이 생겼지만 그래도 상인들의 목소리에는 '절망의 터널'을 뚫고나왔다는 희망이 묻어 있었다.

"아지아, 함 들어와 보이소. 잘해주께". 깊은 절망이 있었기에 희망은 더욱 빛나 보였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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