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에서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 도청 스
캔들로 적과 동지를 염탐하는 스파이 활동의 유래와 세계적인 확산 정도에 대해 새
삼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고 BBC 인터넷 판이 26일 보도했다.
클레어 쇼트 전 영국 국제개발장관은 이날 영국 정보기관이 이라크 전쟁 발발
전에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도청했다고 폭로했다.
앞서 25일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이라크 2차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해 앙
골라, 카메룬 등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을 정탐하는데 협조할 것을 영국 정보기관에
요청하는 내용의 메모를 폭로한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 통역원 캐서린 건이 영국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가 무죄로 풀려났다.
영국 정보기관에 협조요청 메모를 건넸던 NSA의 프랭크 코자는 어떻게 이런 일
이 가능하게 됐는지를 요청, 이른바 '에셜론' 네트워크를 통해 조사해줄 것을 촉구
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NSA가 운영하는 세계적인 감청 시스템인 에셜론의 존재는 몇 년전부터 알려졌고
지난 2001년 7월 유럽 의회가 에셜론이 상업적으로 쓰여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보고서를 펴내기도 해 존재가 확인됐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을 기본으로 하는 이 네트
워크는 전세계의 통신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에셜론은 기지국들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통한 통신을 도청해 전화, e-메일, 팩
스 내용을 파악하며 종종 특정 단어나 전화번호, 주소 등을 골라 감청하기도 한다.
매춘부 다음으로 오래된 직업이라 불리는 이런 스파이 활동의 기원은 구약성서
까지 올라간다. 이스라엘인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기 전 그들의 지도자인 조슈아는
그 땅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2명의 스파이를 보내 정찰하게 한다.
구약 성서는 "넌의 아들 조슈아가 그 나라에 두 명의 스파이를 보내 비밀리에
정찰하라고 명한다. 그 두 명은 예리코로 와서 라합이라는 매춘부의 집으로 갔다...
"라고 적고 있다. 여기서 라합은 물론 인류 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인 매춘업에 종사
하고 있었다.
오늘날에 이르러 대사관들에 대한 감청은 상당히 보편화됐다. 이는 외교 암호들
이 특히 풀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파키스탄 대사관을 도청했다가 발각됐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영국의 대(對)테러기관인 국내정보국(MI5) 전직 요원이던 피터 라이트는 저서 '
스파이캐처'에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정부의 명령으로 런던 전체를 휘젓고 다녔
다고 폭로했다.
그는 주요 국제회담이 열리던 랭커스터 하우스에는 MI5가 각국 대표단의 방을
엿들을 수 있는 도청장치가 설치돼 있었으며, 유럽 공동시장(EEC)에 가입하려 할 당
시 런던 주재 프랑스 대사관도 도청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도청과 관련해 최대 화제를 모았던 책은 1931년 미국의 암호전문가 허
버트 야들리가 쓴 '아메리칸 블랙 체임버(The American Black Chamber)'였다.
이 책에서 야들리는 1928년 1차 대전 때 뉴욕의 변호사 출신이던 헨리 스팀슨
국무장관이 막강한 정보력을 과시하고 일본군의 주요 정보를 입수한 것은 아메리칸
블랙 체임버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이끌던 도청팀의 역할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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