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 기자의 영화보기-헌티드

12일 개봉하는 '헌티드'(Hunted)는 아쉬운 액션영화다.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69)은 '엑소시스트', '프렌치 커넥션' 등을 연출한 노장. 한 시대를 풍미한 감독이다.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주인공들의 고뇌를 고통스럽게 그려낸 '액션 리얼리즘'의 대가다.

'헌티드'에서도 그런 취향은 느껴진다.

99년 코소보. 특수부대 요원 애론 할램(베네치오 델 토로)은 뛰어난 살인병기로 활약한다.

전쟁 영웅으로 돌아오지만 그가 저지른 잔인한 살인행각은 그를 괴롭힌다.

그로부터 4년 후. 미국 오리건주의 한 삼림지역에서 밀렵꾼들이 잔인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살해 방법으로 봐서는 전문가의 소행. 유사범죄도 꼬리를 문다.

살인범 체포에 실패한 FBI는 전직 특수부대 교관 본햄(토미 리 존스)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본햄은 숲 속에서 할램과 마주친다.

전쟁의 죄책감으로 이성적 판단을 못하는 할램은 여전히 살인병기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 이때부터 둘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헌티드'에서 프리드킨의 색채가 느껴지는 것은 도입부다.

성서의 아브라함과 이사악의 얘기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살인병기'가 된 할램과 그를 길러낸 본햄을 마치 부자관계로 대입하고 있다.

최고의 '병기'로 길러낸 교관, 그리고 그의 아들 같은 병사. 그의 선에 대한 기준은 무엇일까. 도살장 같았던 코소보? 아니면 미국의 산림지대?. 장소에 따라 그들의 정의가 죄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믿고 의지했던 진실은 무엇일까.

이같은 상황은 악이 더 강하다는 사실에 고통 받는 '엑소시스트'의 신부, 점차 마약에 빠져 들어가는 '프렌치 커넥션'의 경찰의 고뇌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헌티드'는 훌륭한 제시만 할 뿐 '람보'의 액션으로 일관한다.

쫓고 쫓기는 것에 '혼이 빠져' 갈등과 고통은 실종되고, 선과 악의 줄타기며 밀림에서의 원시적인 액션도 고만고만하다.

'헌티드'는 촬영이 시작된 지 7일 만에 중단됐다.

주연 베네치오 델 토로가 격투신을 찍다가 부상을 당해 무려 7개월 동안 촬영이 중단됐다.

그 이유인지 영화가 시종 어긋버긋하고, 오락가락한다.

마치 이 소룡이 죽고 난 후 대역을 써서 '억지로' 찍은 영화 '사망유희'같은 느낌이다.

94분. 18세 관람가.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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