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숨을 소중히 여겼으면…"

"왜 그렇게 목숨을 헌신짝처럼 버리려 하는지…". 영덕경찰서 영덕지구대 이준탁(31) 순경은 지난달 30일에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안타깝다고 했다.

이 순경은 여느 때처럼 강구지역 일대를 순찰하다가 지난 30일 오후 4시30분쯤 도로변 전신주를 들이받은 충북 번호의 승용차를 발견했다.

차는 펑크난 상태였고, 차 안에는 남자와 여자가 한 명씩 있었다.

그들은 탈진 상태로 승용차 안에서 빼낸 뒤에도 힘이 없어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

겨우 내뱉은 말 한마디는 "우릴 그대로 놔둬라". 이 순경은 우선 두 사람을 병원으로 급히 이송시킨 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운전자는 충북 옥천에 살고 있는 박모(51)씨였고, 함께 있던 여인은 박씨의 딸이었다.

박씨는 자신이 위암 말기라며, "이제 얼마 살지 못한다"고 했다.

그의 마지막 남은 걱정은 정신지체장애 2급인 딸. 딸이 고통스럽게 살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함께 자살하기로 마음먹고 3일 전 집을 나왔다고 했다.

두사람은 3일간 동해안을 돌며 낚시를 하고 생선회도 먹으며 이생에서 마지막이 될 여행을 했다.

딸이 태어난 후 가장 오붓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박씨는 죽을 것을 각오하고 이날 전신주를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박씨와 박씨의 딸은 옥천에서 급히 내려온 부인에게 인계됐다.

이 순경은 "사정은 너무 딱하지만 목숨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다"고 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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