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민주노동당 당선자들이 전태일 열사 묘소 앞에서 이소선 여사를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
이소선 여사는 아들 전태일이 분신한 뒤로 그 뜻을 받들어 노동운동의 대모가 되었다.
최순영씨는 1979년 8월 11일 'YH사건'의 주역이었다.
여기서 촉발된 부마항쟁은 마침내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종말을 가져왔다.
한 젊은 노동자의 죽음은 이렇게 우리나라를 서서히 바꾸어갔다.
그들의 옆에 전순옥 씨도 있었다.
그녀는 오빠 전태일의 분신 후 집안 생계를 위해 청계전 봉제공장의 '공순이'가 되었다.
봉제공장의 어린 보조원인 '시다'들을 위한 일도 했다.
그러다 36살 늦은 나이에 영국 유학길에 올라 12년 만에 박사가 되었다.
그 박사논문은 워릭 대학의 최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었고, '그들은 기계가 아니다'는 제목으로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판되었다.
'끝나지 않은 시다의 노래'(한겨레신문사)는 그 책을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최순영 씨를 비롯한 당시 노동자들과의 인터뷰, 수기와 일기, 필자의 경험을 주 자료로 활용하여 70년대 한국 여성 노동자의 실상과 역할을 밝혔다.
경험적 사실을 철저하게 재구성하는 것만이 관념적 이론의 오류와 허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믿었다.
'역사는 없다.
자서전만 있을 뿐이다'는 에머슨의 경구를 명심하며 '실제 경험자가 이론적 주장을 펴는 사람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당찬 다짐을 원동력으로 삼았다.
전태일이 학문적으로 계승된 것이다.
70년대 여성 노동자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남자 동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토끼장 같은 봉제공장에서 쓰러져 갔다.
나는 민족중흥의 미명으로 젊은 여성들에게 잔혹한 희생을 강요했던 그 70년대의 수혜자다.
그 시절 나는 우리 누나들이 벌어온 돈으로 고등학교를 다녔고 마침내 대학생이 되었다.
부끄럽고 죄송하다.
전태일 열사의 또 하나의 결실인 이 책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이렇게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것은 이 책의 미덕이면서 아이러니다.
이강옥 (영남대 교수.국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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