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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4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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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연둣빛의 섬세하고 정감 넘치는 4월이 지금 막 우리들 곁을 스쳐 지나가려고 합니다.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타원형의 테이블과 자그마한 나무의자 두 개. 언제나 뜨거운 차를 준비할 수 있는 커피포트, 테이블 중앙의 커다란 화병에는 불타오르는 듯한 진홍색의 장미가 한 다발 꽂혀져 있습니다.

동화책들이 빼곡이 들어 있는 책장. 직사각형의 기다란 책상에는 컴퓨터와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수학문제를 풀고 있었는지 연습장에는 숫자들과 무수한 선(線)들이 함께 그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은회색의 벽에는, 손수 그린 듯한 약간 거친 크로키의, 어딘지 기품 있어 보이는 이마에 꿈꾸는 듯한 눈매를 가진 아직 어린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소년의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피에르 카시라기. 모나코 왕족입니다.

열일곱 살 하영이의 방. 인터넷 시대의 취향입니다.

진한 장미꽃 향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자스민향의 홍차 한잔 때문일까요. 한 장의 흑백사진처럼 기억 속에떠오르는 풍경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토마스 하디와 헤밍웨이, 고골리 같은 외국 작가들의 책들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계간지인 현대문학과 함께. 눈(雪)처럼 새하얀 살결, 몽상적인 눈. 그때 그녀는 갓 스물의 여고 3학년이었습니다.

내 손을 꼭 쥐고 과수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금빛 모래톱에 앉아서 인어 공주이야기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들려주기도 하던 이모. 그림 그리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이모는 율 브리너의 얼굴을 스케치해서 앉은뱅이 책상 앞에 걸어 두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모는 눈이 붓도록 울었습니다.

미술대학에의 진학이 좌절된 것입니다.

그 해 12월, 율 브리너의 그림을 떼어내면서 이모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내년 봄에 결혼하게 돼. 이 책들 너한테 주고 갈 테야. 네가 책 읽기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 그런데 인생에는 결혼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단다…".

천현섭 무산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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