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빌'의 1편은 시원한 액션과 함께 곳곳에 궁금증을 던져놓았다.
브라이드(우마 서먼)와 빌은 어떤 관계인가. 그녀가 머리에 총을 맞기 전 "이건 당신의 아이야"라는 말의 뜻은?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결혼식장이 쑥대밭이 된 걸까. 그리고 그녀의 진짜 이름은?
쿠엔틴 타란티노는 치가 떨릴 정도로 정교하게 '킬빌'을 양분했다.
'행동'으로 1편을 보여주고, '말'(더 정확히는 수다)로써 2편을 보충한다.
'확대 재생산'의 속편이 아닌, 귀결점으로 향해 양분된 또 한 편의 '킬빌'인 셈이다.
'킬빌2'(Kill Bill vol.2)도 브라이드의 머리가 총에 맞아 터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보스 빌과 네 명의 킬러 중 이미 1편에서 오렌 이시이와 버니타 그린을 제거했다.
다음 차례는 빌(데이비드 캐러딘)의 동생 버드(마이클 매드슨)와 애꾸눈 엘 드라이버(대릴 한나), 그리고 빌이다.
브라이드는 버드를 먼저 노린다.
그러나 교활한 버드에 의해 그녀는 생매장 당한다.
스승 페이 메이(유가휘)에게 배운 무술 덕에 무덤에서 탈출한다.
그 사이 버드는 엘 드라이버에게 독살된다.
브라이드는 엘과 대결해 그녀의 남은 한눈마저 뽑아버린다.
이제 남은 것은 빌 뿐이다.
속편에서 빌과 브라이드의 원한관계가 속시원하게 드러난다.
'삐~' 소리로 감췄던 그녀의 본명(1편의 비행기 티켓에서 힌트를 줬다), 엘 드라이버가 왜 한쪽 눈을 잃게 됐는지 등 사소한 궁금증까지 다 풀어준다.
전편의 해설서 같은 속편인 셈이다.
전편의 액션을 예상한 관객에겐 밋밋할 수도 있겠다.
일본도를 전방위적으로 휘두르며 사지를 절단하던 '피범벅 액션'은 없다.
액션도 통쾌하기보다 독사를 풀어놓거나, 생매장시키고, 눈을 후벼 파는 정도다.
이쯤 되면 타란티노의 의도는 명쾌하다.
수다와 아이러니와 유머다.
한가하게 슈퍼맨을 들먹이는'개똥철학'이 생사를 가르는 비장미 속에서 드러나는데, 그 부조화가 웃지 못할 한 편의 코미디다.
전편이 일본 사무라이에 대한 오마주라면 2편은 마카로니 웨스턴을 해체, 재구성했다.
결혼식날 홀연히 단소를 불며 나타나는 빌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원스 오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의 찰스 브론슨을 연상시킨다.
60, 70년대 홍콩 무협영화에 대한 정감어린 '촌스러움'도 담았다.
그래서 금발여인이 펼치는 동양적 액션이 더욱 장난기 넘친다.
filmton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권성동 "김문수, 알량한 후보자리 지키려 회견…한심한 모습"
홍준표, 尹·한덕수 맹공 "김문수 밀어줘 나 떨어트리더니…"
[정진호의 每日來日] 한 민족주의와 두 국가주의, 트럼프 2기의 협상카드는?
'이재명 파기환송심' 대선 이후로 연기…"6월 18일"
한덕수 "김문수, 약속 지켜야…사실 아닌 주장 계속되면 바로잡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