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故김선일씨 국립묘지 안장 논란

이라크 인질단체에 살해된 고(故) 김선일씨의

유해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씨의 유족들은 인질단체가 '한국군의 이라크 철수와 파병 철회'를 석방조건으

로 내세웠던 만큼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이 김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보고, 영

혼이나마 국립묘지에서 편히 쉬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씨가 피랍에서 살해되기까지 정부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고 의혹

투성이인 것은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소홀히 한 책임이 크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

로, 도의적인 보상과 예우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또한 유족들의 입장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은 27일 김씨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부산의료원

을 찾아 조문한 뒤 "김씨의 죽음은 파병과 관련된 국가차원의 이익과 결부돼 있어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생각을 갖고있다"고 밝혔다.

신 의장은 "현행법으로 어려우면 새로운 입법조치를 통해서라도 김씨에 대한 보

상과 예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해 여당 차원에서 국립묘지 안장 등 예우방안을 찾

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도 같은 날 부산의료원을 찾아 "정부.여당에

서 김씨의 국립묘지 안장 등을 추진하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가세했다.

김씨의 유해를 국립묘지에 안장해야 한다는 유족과 정치권, 시민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주무 부처인 국방부는 상당히 곤혹스런 입장이다.

현행 '국립묘지령'은 현역군인과 소집중인 군인 및 군무원, 전투중 전사한 향토

예비군과 경찰, 국가와 사회에 공헌한 공로가 현저한 사망자 등을 안장 대상으로 규

정하고 있어 김씨의 경우 법적으로 여기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난 25일 유보선 차관 주재로 관련부서 관계자들이 모여 김씨 유해의

국립묘지 안장 문제를 논의했으나 현행 법률과 과거 유사한 사례와 형평성 등을 이

유로 일단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국가 또는 사회에 공헌한 공로가 현저한 자중 사망한 자로서 국방부

장관의 제청에 의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지정한 자'도 안장할 수 있

다는 규정을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했으나 "김씨의 죽음은 희생이지만 국

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다가 사망한 경우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특히 지난해 남극 세종기지 조난사고로 사망한 고 전재규 대원이나 이라크 송전

탑 복구에 나섰다가 티크리트 고속도로상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숨진 오무전기 근로

자 2명도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한 사례 등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립묘지 안장 대상을 법적 잣대로만 자르지 말고 의사자도

묻힐 수 있도록 국립묘지령을 손질하거나 아예 '의사자 국립묘지'를 따로 둬야한다

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지난해 고 전재규 대원의 국립묘지 안장 주장이 제기

됐을 때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국립묘지 안장 대상 기준을 바꾸

는 것을 검토할 가치가 있다"며 "총리실을 중심으로 관계 장관들이 모여 국립묘지

운영기준, 향후 방침, 나아가 의사자 국립묘지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바 있다.

따라서 김선일씨 국립묘지 안장 문제는 단순히 유족과 정부간의 입씨름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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