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2의 직업 누가 뭐래도 보람 있어요"

"하루 하루가 힘들지만 내가 있어 거리가 깨끗하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낍니다".

남구 이천동과 서부정류장을 오가며 길거리 환경미화를 담당하고 있는 남구청 청소과 소속 김용성(47.남구 봉덕동)씨. 지난 2001년 입사해 줄곧 길거리를 누비고 있는 4년차 늦깎이 환경미화원인 그는 광고제작 회사에 근무하다 IMF때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직장을 바꿨다.

김씨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몰라도 저는 보람을 느낀다"며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만큼 환경 미화원에 대한 애착이 더욱 크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의 하루는 바쁘다.

새벽 4시30분이 출근시간이지만 김씨는 새벽 4시면 청소를 시작한다.

담당구역이 넓고 쓰레기가 많아 정상 출근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 올해 기동반으로 옮긴 뒤 오전 6시30분이 정상 출근이지만 출근시간은 똑같다.

특히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상가 등에서 내놓은 쓰레기가 많아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큰 쓰레기는 구청차량이 치우지만 나머지는 김씨의 몫. 김씨가 하루 치우는 쓰레기는 100ℓ쓰레기 봉투 서너개 분량. 게다가 요즘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사람들이 느는 데다 음식물 쓰레기 등이 많아져 더 힘들다.

술마시고 쏟아놓은 토사물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변까지 널려 있어 애를 먹는다.

또 요즘 청소년들의 사라진 공중도덕을 대할 때는 화가 치민다.

길바닥에 씹던 껌이나 담배꽁초를 아무렇게 버리는 것은 다반사고 가래침 뱉기, 달리는 차창 밖으로 휴지 던져버리기, 휴지통이 바로 곁에 있는데 도 땅바닥에 쓰레기 버리는 일 등이 다반사이기 때문. 그러나 그는 이를 마다않고 열성으로 일에 매달렸다.

이처럼 자기 일에 열심인 김씨지만 딱 한번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지난 2001년 추운 겨울 새벽에 큰길에서 청소를 하다 차에 치여 열달동안 입원했을 때 보람보다 허망한 생각이 더 컸다는 것. 거리에서 아무리 열심히 청소해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만 편하자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은 환경파괴는 물론 우리 미래까지 죽이는 일"이라면서 시민들의 공중도덕 준수를 바랐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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