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광주에서 살게된 지 어느덧 1년이 조금 더 지났다.
20여년간 몸담아왔던 일터를 광주로 옮겨 정신없이 달려온 지난 1년여가 10년 이상 되는 듯할 정도로 참으로 많은 만남이 있었다.
사람은 물론 말씨, 음식, 문화, 산천, 관습, 생각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만남이었다.
지난 세월을 경상도에서만 살아온 가족들은 처음으로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막 입주할 준비로 신혼살림을 장만할 때보다 오히려 더 가슴 부풀어 있던 때였다.
안주할 처소를 박차고 전라도로 향한 발걸음에 동참해 준 가족들이 고맙기만 하다.
모든 것이 익숙지 않은 생활이었지만 가족 모두 이제 광주에서 사는 재미를 조금씩 느껴가는 듯하다.
대구토박이가 광주에서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사는 재미가 솔솔하다.
태어난 지역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타 지역에 대해 특별히 좋지 않은 감정을 집단적으로 표출한다면 이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겪고 있는 지역 갈등현상은 단순히 지역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지역패권주의이다.
지역감정은 직접 이익을 누리는 소수집단의 기득권층, 그리고 반사이익을 노리는 대다수 길들여진 시민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는 영.호남 모두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호남 내에서도 비판이 일어왔고, 건강한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이의 극복을 위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왔다.
누가 배타적 지역감정을 부추겨 지역주의를 생산해냄으로써 이익을 보는가?
지역주의의 악순환적 고리는 누군가에 의해서 단절되어야 한다.
그 단초가 지난 대선과 총선시기에 광주시민을 비롯한 호남인들이 제공하였다고 본다.
호남인들은 스스로 나라와 민족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지역주의 극복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중요 선거에서 특정정당에 얽매이는 소아적 자세에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각 정당들의 주요정책과 후보자의 자질을 충분히 비교, 검토한 후에 국가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적 선진성을 통해 고질적 지역주의의 폐해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영.호남이 단순한 인적.물적 교류 차원을 넘어 새로운 비전을 가진 활동을 벌여가야 할 때이다.
영.호남이 함께하여 시대역행적인 중앙집중을 막고, 진정한 지방분권을 이뤄내는 운동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지역간 불균형의 문제는 호남과 영남의 문제라기보다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지방이라는 점에서 영호남은 힘을 모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국가의 경제력을 지방에 분산시킴으로써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의 지역갈등과 지역주의는 역사적 산물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산물이라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1960년대 이후 군사독재정권의 정치적 필요와 경제발전과정에서 자원배분의 불공평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지난날 군사독재시대에 억압받고 차별받았던 광주와 호남도 두차례의 정권변화 과정에서 지역패권주의로 인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지역주의 극복에 나서고 있다.
이제 대구시민을 비롯한 영남인이 화답할 때다.
허구적인 지역주의 이데올로기의 유물, 상대적 박탈감의 굴레에서 벗어나 대승적인 화합을 향해 나아갈 때만이 새대구경북의 미래가 열릴 것이며, 21세기 지구촌시대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듯하다.
지난 초봄에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하류 남도대교에서 본인이 속한 기관과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영호남지역 시민이 모여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문화행사를 진행하였다.
다리가 개통돼 교통량이 많아지고 물자와 사람의 교류가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소통이 더 소중함을 느꼈다.
섬진강을 따라 불어오는 초봄의 상큼한 남녘바람을 호흡하면서 동서로 흩어진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묶고 마침내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자고 다짐하였던 것이다.
이상점 광주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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