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형사 하느니 사표 쓰겠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다 최근 범인 검거에 나섰던 형사 2명이 피살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경찰서마다 '형사 기피 현상'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달 들어 승진 인사 등으로 인해 형사계의 소폭 인사를 해야하지만 '형사계로 발령내면 차라리 사표를 쓰겠다'는 경찰관들이 줄을 이으면서 인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최근 형사 2명이 승진해 다른 부서로 옮기게 된 대구 달서경찰서는 형사계 근무 희망자 파악에 나섰지만 한 명의 지원자도 나서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형사계 근무 경험이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참 형사반장들이 '맨투맨식' 설득작업에 나섰지만 승진시험 준비 등을 이유로 모두 고사하는 바람에 겨우 1명만 확보했다.

달서경찰서 관계자는 "형사계에 근무하는 동안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해주고 근무평점도 책임지겠다고 달랬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야근을 밥먹듯 하는데다 기피부서라는 낙인이 몇년 전부터 찍혀 형사계 인력을 충원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했다.

동부서도 지난 2월의 승진 인사 때 '딱 6개월'을 약속하고 형사 한 명을 형사계로 겨우 모셔왔는데 6개월째 접어들면서 "죽어도 못하겠다.

사표를 쓰라면 쓰겠다"며 다른 부서 이동을 강경하게 요구, 결국 다시 '형사구하기' 작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형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동부서 형사계 관계자는 "강제로 형사계로 인사 발령을 내기가 어렵다"며 "이 때문에 형사 1명을 충원하기 위해 형사과 전체가 나서 설득 작업에 나섰다"고 전했다.

'형사 기피 현상'은 형사들의 근무 연차에서도 알수 있다.

퇴직에다 형사계의 장기 근무 기피로 인해 10년차 이상의 고참 형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중부경찰서의 경우 모두 43명의 형사계 직원(과학수사반 포함) 중 10년차 이상의 형사는 1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형사계 한 간부는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젊은 경찰관을 형사계로 영입하려니까 본인이 '아예 사표 쓰겠다'는 말까지 해 '3개월만 일해보자'고 겨우 달래 배치시켰다"며 "예전에는 형사 직군이 근무여건, 수당 등에서 우월한 점이 있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역전돼 다른 부서 업무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형사계 직원들은 "다른 공무원들은 주5일제까지 실시하는데 형사들은 퇴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수당이나 인사 등에서도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가족에게 버림받고, 위험은 크고, 그렇다고 조직 내에서도 인정을 못 받는데 누가 형사를 하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이상헌·문현구·한윤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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