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코노 피플-대홍철강 진덕수 대표

디자이너서 변신한 철의 여인

기업문화에서도 '보수성'이 드러나는 대구에서 진덕수(50.여)대홍철강(성서공단내) 대표는 '튀는 기업인'으로 손꼽힌다.

대구.경북지역은 물론, 한강 이남 철강업체 CEO가운데 유일한 홍일점인데다 회사 성장에서도 남달리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철강업계에서는 그의 이름이 이미 알려져있지만 대구지역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지난달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초 열린 제8회 여성경제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은 때문.

"대구처럼 보수적인 기업환경속에서 여성이 공장을, 그것도 철강회사를 꾸려나간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었어요. 창업 초기엔 여자라고 무시하면서 거래를 아예 트지 않으려는 사람도 셀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여자가 무슨 철강회사를 하나, 은행심부름이나 하지'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홍철강의 지난해 매출은 45억여원. 올 상반기 매출도 벌써 30억원에 이르러 지난해보다 올해 성적이 더 좋아졌다.

1992년 대구 이현동에서 50평짜리 소규모 하도급 철강업체로 출발한지 10여년만에 1천평짜리 공장으로 자랐고, 최근엔 증설까지 계획하고 있다.

대홍철강은 대구 최초로 압연기를 설치, 다양한 하드강 제품을 생산중이며 차부품, 정밀전자부품, 특수용도 도어록 등의 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이 많아 성서공단내에서도 탄탄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결혼 이후 대구에서 잠시 패션디자이너 일을 했던 그는 철강회사에 근무하던 동생을 보고 '이 사업이 되겠구나' 생각 끝에 '철(鐵)의 여인'이 됐다.

군인이던 남편도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신용이 첫째라는 생각으로 사업을 이어왔습니다.

신용을 쌓은 덕분에 IMF 와중에도 원자재를 외상으로 받기도 했습니다.

여성이 대접받지 못하는 지역 기업환경속에서 내가 살아남으려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했는데 저는 그것을 신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 대표는 항상 남보다 '한 발 먼저'라는 사고도 오늘의 그를 만든 공신(功臣)이라고 했다.

그는 외환위기 자금난 속에서 지역 최초로 압연기를 도입, 품질을 개선했고 종업원이 20명밖에 안되는 소규모 회사지만 연봉제를 도입해 생산능률을 향상시켰다.

"서울 등 다른 지역은 이미 여성CEO를 동등한 기업인으로 대접하고,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는데 대구는 아직도 그렇지 못합니다.

능력있는 여성 기업인들이 많이 나와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되어야 대구경제도 발전합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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