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템플스테이 山寺에서의 하룻밤

글.사진 여태동/이른아침 펴냄

몇해 전 여름이던가, 합천 해인사를 찾았을 때다.

뜨거운 태양이 빛나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장대비가 쏟아졌다.

어느 법당 처마 밑에서 앞을 분간하기조차 힘든 비를 겨우 그었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신비롭게도 구름이 해인사는 물론 가야산 이곳저곳을 감쌌다.

청정한 기운이 감도는 사찰, 오묘한 조화를 부리는 구름을 바라보는 동안 수행자의 마음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

왜 사람들은 산사(山寺)를 찾을까. 산사에서 고요와 평화, 장엄한 구도의 열기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사찰의 밤은 낮보다 대중들에게 더욱 많은 것을 선사한다.

번잡한 낮동안 느낄 수 없는 고요와 평화와 장엄함이 밤과 새벽의 산사에는 넘쳐난다.

절간 곳곳의 아름다운 건축과 조형물들이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빚어내는 태초의 평화, 그리고 거기 구현된 불법의 위대함과 존엄함을 느낄 수 있다.

또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선 큰 스님들의 빛나는 자유도 실재하는 힘으로 느낄 수 있고, 구도의 열기로 머릿 속이 하얗게 되도록 정진하는 젊은 스님들의 힘과 용맹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연유로 사찰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산사체험을 하는 '템플스테이(Temple Stay)'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템플스테이-山寺(산사)에서의 하룻밤'은 템플스테이 안내서다.

불교신문 기자로 재직 중인 저자가 직장 생활 10년만에 받은 3개월의 휴가 기간에 조계종 공식 지정 템플스테이 사찰 11개와 저자가 임의로 고른 4개 사찰을 직접 답사해 이 절들의 위치와 연혁, 건물과 역사 등을 풍부한 사진자료를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또 각 사찰별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주안점과 특징들도 다루고 있다.

15개 사찰 중 지역의 사찰은 경주 함월산 골굴사, 김천 황악산 직지사, 영천 팔공산 은해사, 경주 함월산 기림사 등이다.

직지사에 대해 저자는 '문자 넘어 마음을 깨치는 사찰'로 소개하고 있다.

사찰이 크게 융성하려면 맑은 물과 숲, 그리고 수행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직지사는 그 세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게 저자의 얘기다.

넘치지 않되 부족함이 없는 절제된 조화를 갖추고 있는 곳이 직지사라고 강조한 저자는 '직지사 안의 직지사' 비로전과 성보박물관을 자세하게 안내한다.

'은빛 구름 바다에 만민이 평등한 세상을 세우고'란 말로 영천 은해사를 설명한 저자의 발길은 은해사 일주문을 거쳐 고색창연안 부도밭에 이른다.

스님들의 무덤인 부도를 보면서 저자는 불자들에게 죽음이란, 깨달음을 구해 영원한 생명을 얻는 열반의 경지를 얻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그리고 2층 독방에서 선정을 통해 나를 잊어버리는 귀중한 시간도 갖는다.

'마음을 닦는 몸의 공부, 선무도 수행 요람'인 골굴사와 '다섯 가지 감로수로 때묻은 마음과 몸을 씻어내고'란 제목을 단 기림사도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맨다.

골굴사 마애부처 앞에 선 저자는 부처님과 대화를 나눈다.

"부처님, 참나는 어디에 있습니까" "네 마음속에 있느니라" "그 마음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 찾지 못하는 것을 가져와보아라". 책의 뒷부분에는 템플스테이에 대한 설명과 산사의 하루, 절집의 풍경, 절에서 지켜야할 예절 등도 소개하고 있다.

사람들은 몸과 마음의 휴식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휴가 때면 엉뚱하게도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만을 찾아다닌다.

그런 휴가에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오히려 지쳐버리고, 마음 속의 욕망만 키워서 돌아온다.

자연과 사람이 구분되지 않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오뉴월의 태양처럼 이글거리기만 하는 내 안의 욕망을 조금이나마 씻어내보고, 참나를 조금이라도 찾아보면 어떨까. 더불어 어떤 난관과 고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나아갈 수 있는 진정한 내면의 힘과 용기를 기를 수 있다는 것이 산사체험이 대중들에게 주는 또 다른 매력일 것이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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