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라의 달밤, 전깃불 찬란

9억 들여 첨성대·안압지 조명시설...밤 관광객 수배 껑충

경주 안압지와 첨성대 계림 등 동부사적지 일대에는 요즘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매미가 요란하게 울어댄다.

매미가 우는 것은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를 하기 위해서이며 일반적으로 해가 있는 낮시간대에만 운다.

그렇다면 경주 동부사적지의 매미들은 낮과 밤을 혼동하는 것일까. 지난해 10월 관광지 분위기 조성과 야간 관광객을 위해 야간조명을 설치, 대낮처럼 밝혀놓은 탓에 매미들이 밤을 잊고 운다는 분석이다.

경주시는 사업비 9억여원을 들여 안압지 255개를 비롯해 첨성대 33개, 계림 등 동부사적지 일대 39개, 반월성과 감은사지에 99개의 조명등을 각각 설치했다.

이 조명등의 밝기는 설치 장소 주변 1~3m 이내의 경우 600럭스(lx) 이상으로 한낮의 아파트 실내밝기(500lx)와 보름달(100lx) 보다 훨씬 밝아 매미가 낮과 밤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주시는 이 같은 조명효과로 관광지 야경이 밝아진 덕에 사적지 관광수입이 최소 3배에서 10배까지 뛰었다고 밝혔다.

특히 안압지는 토요일 공연 상설화로 주말 야간 입장 관광객 수가 최고 10배 이상 증가했고, 첨성대 등지도 3~4배 이상의 관람객이 늘어났다.

폭염을 피한 가족단위 관광객이 야간시간대를 선호하면서 야간 관람문화가 정착된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여론도 만만찮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보는 상황에서 관광수입을 위해 대낮처럼 불을 밝힐 만큼 나라경제가 여유만만하냐는 비판이다.

또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휴가를 맞아 경주에 온 임미옥(37.여.영천시 왕정동)씨는 "야간에도 사적지가 개방돼 관광여건은 좋아졌다"면서도 "낮에만 우는 매미가 밤에도 시끄럽게 울어대 생태계 파괴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주시 사적공원관리사업소 우외진소장은 "야간조명 설치로 생태환경에는 다소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관광도시 경주를 부각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말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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