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신중접근'이 도를 넘어 제1야당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11일 정부가 신행정수도 예정지를 발표한 데 대해 "일방적인 계획 발표는 원천무효"라며 수도이전 관련 예산심의 보이콧, 국정감사와 전 상임위 차원의 타당성 검토, 국민대토론회 개최 등의 대응방안을 마련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당론 결정은 연말로 미뤘다.
이 때문에 이날 당내에서는 '당론을 안 정하는 것인지 못 정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도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심하다'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찬성이냐 반대냐'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 없이 '철저히 검증하자'는 소리만 되풀이해서야 정부.여당의 밀어붙이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판론에 대해 이강두(李康斗) 수도이전문제대책위원장은 "정부안에는 몇개 기관을 이전하겠다는 것인지, 총예산이 얼마나 드는지 알 수 없어 훨씬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과 "이전 후보지 선정은 행정적인 확인행위에 불과하며 토지보상이나 설계착수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가는 시점은 11월쯤"이라는 점을 당론 결정 연기 이유로 설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주변의 이야기는 다르다.
정부.여당은 헌법기관을 제외한 행정부 전체를 이전한다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정했으며 이날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 발표가 법적 효력이 있는 절차는 아니지만 행정수도 이전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감안할 때 찬.반 당론 없이 철저히 검증하자는 한나라당의 자세는 싸움 자체를 피하려는 것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계획대로 11월쯤 당론을 정한다하더라도 대통령 승인이라는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에 대한 법적 효력이 발생하기 임빅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겠느냐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충청권 일부의 표를 의식, 찬.반 입장표명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의 정국 운영능력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상당한 기대를 걸었던 민주노동당과 공조도 물건너가버렸다.
한나라당은 이날 행정수도 이전을 주제로 한 전국순회 국민토론회 개최 등 공조를 제의했으나 민노당은 "한나라당이 자기 입장을 말하기 전에 '공조'를 말하는 것은 정략"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해버렸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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