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슈퍼 '에로' 히어로

슈퍼맨이 팬티를 내놓고 입는 것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다.

불철주야 지구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그의 활약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얄팍한(?) 욕망의 표출이라는 설이 있다. 지구에 대한 헌신적인 노력을 드러내 놓을 수 없어 팬티를 내놓고 입는 것으로 대신한다는 것이다. 슈퍼맨의 '쪼짠한' 시위랄까.

그러나 다분히 '분석을 위한 분석'이 아닐수 없다.

'슈퍼맨'이 탄생한 것은 1938년 미국 경제공황기. 조 슈스터라는 10대 만화가가 이렇게 심오한 철학을 가지고, 팬티를 밖으로 내놓고 입히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슈퍼맨'의 스폰서 회사가 속옷 회사이기 때문이란 얘기도 했다. 팬티를 내놓고 입는 것으로 언더웨어 협찬사에 '알랑방귀'를 끼는 것이다. 경제가 힘든 시기였으니, 이런 얘기도 그럴싸하게 들린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당시 '쫄바지'는 미래풍을 그리기엔 좋은 의상이다. 그러나 그것이 파란색이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파란색은 근육질의 몸을 드러내기 좋은 색이다. 문제는 '남성'이다. 허벅지는 울퉁불퉁 그려내기에 좋지만, 슈퍼맨의 성기에 가면 여간 고역이 아니었을 것이다. 있는 둥 없는 둥 그리자니, 명색이 슈퍼맨이 아닌가. 성적으로 불량(?)인 슈퍼맨이 있을 수 있을가. 그렇다고 묵직하고 우람하게 그리자니, 아이들이 보는 명랑만화가 아닌가.

그래서 고심끝에 빨간 팬티를 입힌 것이 아닐까. 파란색에 빨간색을 더함으로 미국 국기 성조기의 바탕색까지 완벽하게 재현하게 돼, 영웅적인 면까지 노릴수 있게 된 것이다.

슈퍼맨에 이어 성조기로 '빤스'를 해입은 것이 원더우먼이다. 원더우먼은 파란 팬티에 흰 별 모양을 넣었다. 상의는 가슴 계곡이 훤히 보이는 빨간 브라우스(이걸 무슨 옷이라고 해야 하나). 가슴에 금색 날개 무늬를 넣어 럭셔리를 강조했다.

'성조기 영웅'이 또 있다.

올 여름에도 극장가를 주름잡은 스파이더맨이다. 그는 '쫄바지'는 푸른색이고, 상의는 빨간색이다. 희한하게 그는 팬티를 내 입는 속보이는 짓은 하지 않는다. 슈퍼맨보다 25년 후에 나왔으니, 나름대로 자아가 강하다고 봐야할까.

슈퍼맨은 다리 사이가 신경 쓰이는지 두 다리를 포개듯이 날아다니는데, 스파이더맨은 아예 벌리고 빌딩 사이를 날아다닌다. 슈퍼맨보다는 나름대로 '망나니'의 몰골이 아닐 수 없다.

슈퍼 히어로의 의상은 모두 스판덱스형 '쫄바지'와 '쫄티'다.

고전적인 영웅들 뿐 아니라 '툼레이더' '캣우먼' 등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컨셉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활동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원초적으로 에로틱을 노린 구석이 역력하다.

두툼한 입술로 사나이의 가슴에 불을 당기는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 그녀가 여전사로 나온 '툼레이더'의 의상은 섹슈얼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몸의 윤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의상이다. 옷은 입었지만, 나신에 보디페인팅을 했다고 해도 속을 정도. 영화 1편의 경우 검은 색 일체형 '쫄 의상'이다. 그래서 몸의 굴곡이 보여주는 콘트라스트가 상당히 강한 편이었다.

그러나 2편에서는 은색으로 바뀌었다. 검은 의상의 '그림자 효과'가 사라진 것이다. 몸의 구석 구석을 좀 더 상세하게 감상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물론 가슴을 더욱 확대시켜 육감을 확장시켰다.

슈퍼 히어로가 나오는 액션물에 에로틱한 장면이 전무하다.

'스파이더맨'에서 가면을 벗기고, 키스를 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은 히어로의 이미지와 의상만으로도 이미 에로틱을 연상한다. 12세 이상 관람가를 위장하고는 많은 관객에게 합법적으로 에로틱을 강요하는 것이 슈퍼 히어로 액션물인 셈이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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