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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벌 날갯짓 벌집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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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높아지면 날갯짓 시작 기온 상관없이 32~36℃ 유지

10년만의 무더위가 이번 주 들어서면서 한풀 꺾였다.

가정과 사무실에서는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의 도움을 받아 살인(?) 폭염을 가까스로 넘겼다.

그런데 바깥 기온에 상관없이 벌집의 온도를 32~36℃로 유지해야 하는 꿀벌들은 이번 여름을 어떻게 견뎠을까.

벌집의 온도를 32~36℃로 유지하는데 실패할 경우 애벌레가 정상적인 변태를 거쳐 성충으로 자랄 수 없어 꿀벌 사회는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된다.

이 때문에 한여름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면 일벌들은 날갯짓으로 벌집의 열을 식힌다.

문제는 수천 마리의 벌들이 제각각 하는 날갯짓으로 어떻게 정밀한 온도 조절이 가능하겠느냐는 것. 최근 호주 시드니대 과학자들은 벌들의 날갯짓을 시작하게 만드는 기준이 되는 온도가 꿀벌마다 유전적으로 결정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날갯짓을 시작하는 벌에서, 아주 더워야 날갯짓을 시작하는 벌까지 다양하며, 이에 따라 주위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날갯짓에 참여하는 벌의 수가 많아진다는 것.

즉 에어컨의 '약' '중' '강' 버튼처럼 벌들이 단계적으로 반응해 벌집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천연 냉방기의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개개의 벌들은 자신이 덥다고 느껴질 때 날갯짓을 할 뿐이지만, 꿀벌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아주 정밀한 에어컨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꿀벌의 유전자가 다양할수록 날갯짓을 시작하는 온도 기준이 다양해져 그만큼 더 단계적인 반응이 매끄럽게 일어나게 된다.

때문에 여왕벌이 한 종류의 유전자만을 가진 수컷과 교미를 해 만든 군집의 경우 벌집의 온도조절 능력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특정온도에 한꺼번에 날갯짓을 하거나 멈춰버려 벌집내부 온도가 오르락내리락 한다.

이 경우 자칫하면 애벌레들이 정상적인 성충으로 자라지 못해 꿀벌사회가 몰락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반면에 여왕벌이 가능한 한 많은 수컷과 교미를 해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군집을 형성할수록 온도조절 능력이 향상되고, 꿀벌사회의 안정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연구를 주도한 시드니대 쥴리아 존스 교수는 "일벌의 유전적 다양성 확보는 여왕벌이 얼마나 많은 수컷과 교미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여왕벌은 꿀벌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정밀한 온도제어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여러 수컷과 바람을 피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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