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軍.국정원, 過去事 대처 신중하게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사 청산 문제를 8.15경축사에서 거론하자마자 마치 기다리기나 한듯이 고영구 국정원장이 시민단체를 참여시킨 '특별기구'를 만들겠다고 나선 건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싶다.

국방부도 처음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다가 국정원의 발빠른 대처를 보고 비슷한 기구를 만들어 조사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렇게 되자 과거사 진상규명을 요구했던 시민단체에서 오히려 국정원 공동조사 참여를 일단 거부하고 후속대책을 논의하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이 문제를 국정원이나 군 당국에서 조사를 하려면 내부의 수뇌부 회의부터 거쳐 조사 대상.기준.시점 등 원칙부터 세우고 그에 합당한 후속조치를 취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국정원이나 군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주체인 만큼 대외적으로 알려야 할 일이 있고 그러지 못할 게 있다.

또 냉전시대의 관점으론 불가피했던 사건을 지금의 잣대로 그걸 재단하는 것도 심사숙고해볼 문제이다.

물론 과거사 진상규명의 초점은 국가권력이 유신이나 군부독재 시절 민주인사를 탄압한, 정권안보로 악용된 불법행위의 진상을 밝히는 데 있고 이를 계기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경계하자는 게 '과거사 청산'의 궁극목적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국정원이나 군이 냉전시대의 국가안보를 위해 이바지해온 공(功)도 함께 인정하는 선에서 과(過)를 다뤄야지 마치 불법이 판친 복마전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매도 돼서도 안된다.

이건 앞으로의 위상이나 구성원들의 사기와도 직결된 문제이기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국회 특위' 구성까지를 봐가면서 신축성 있게, 국가 기밀이 유지되는 마지노선만은 긋고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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