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울댁, 꽃배우러 대구 유학

9개월된 딸 둔 주부 이령씨

꽃을 싫어하는 여자가 어디 있을까.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한아름 안겨주는 장미꽃 다발에 봄눈 녹듯 화가 풀리는 것이 바로 여자의 마음인 것을…. 하지만 단순히 꽃을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대구에서 방을 하나 빌려 숙식하며 꽃 만지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는 주부의 사연이 궁금했다.

대구시 중구 삼덕2가 혜인꽃예술원에서 그녀를 만났다.

"9개월된 딸을 남편에게 맡겨두고 대구와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며 꽃을 배운 지 한달쯤 돼요. 오전 9시에 시작해 밤 10시가 넘도록 연습을 하며 밤낮으로 강행군을 하고 있어요."

주부 이령(33)씨는 특별 지도를 해주고 있는 플라워 아티스트 정혜인(60)씨를 일부러 찾아왔다고 했다.

현재 (사)서라벌꽃예술협회 상임고문인 정씨는 전국을 아우르는 '한국 화훼장식 사단법인 대표자 연합회' 위원장으로 꽃예술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유학간 남편과 함께 2년간 살면서 정원을 가꾸는 게 취미인 미국인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어요. 미국에는 꽃집도 굉장히 많대요. 클린턴 전 미 대통령 자선모금 파티나 아카데미시상식장 등을 꽃장식해 성공한 플로리스트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 케빈 리의 이야기를 접하며 저도 프리랜서로 웨딩 꽃장식 등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녀는 결혼 전 직장생활을 하다가 전업주부로 지내며 일상이 무료할 때가 적잖았지만, 꽃을 배우고 있는 지금은 너무나 마음이 즐겁다고 했다.

"꽃을 만지는 것이 이렇게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줄 몰랐어요. 어릴 때 어머니가 일본식으로 화병에 꽃을 꽂는 걸 보기는 했는데 막상 와서 배워보니 프레임을 이용해 공간 장식을 하는 등 미술과 접목된 꽃예술 분야의 폭이 생각보다 넓다는 걸 알게 됐어요."

미술에 관심이 많아 미술사를 공부해볼 생각도 했다는 그녀는 "사실 사진도 처음엔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사진예술이라고 하지 않느냐"며 "앞으로 꽃예술 분야에서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뿌듯하고 기쁘다"고 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혜인씨는 "주부들이 집에서 살림 사느라 바쁜데 신이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인 꽃을 만지고 보고 느끼면서 정서적인 자양소로 삼을 수 있다"며 꽃의 매력은 무한하다고 했다.

"5, 10년 전보다 꽃예술문화가 많이 발전했어요. 과거에는 취미활동 수준이었으나 올해부터 문교부 정식 인가가 나 화훼장식이 고등학교 정규 교과과정으로 들어가고 올 12월엔 국가 공인 자격인 화훼장식 기능사 자격시험이 처음으로 실시되고 내년에 화훼장식 기사 자격시험이 실시될 계획이어서 학문적으로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

정씨는 그러나 화훼장식 기능사 자격시험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과열돼 시중에 인가받지 않은 교육기관들이 허위 광고로 비싼 교재 등을 판매하고 있다며 차분히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본격적인 꽃꽂이 수업시간. 여전히 더운 날씨에 집안에 청량감을 주는 꽃꽂이 방법에 대해 얘기하는 정씨의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꽃을 꽂는 이씨의 얼굴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사진: 꽃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있는 주부 이령씨(오른쪽).옆에서 플라워 아티스트 정혜인씨가 조언을 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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