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문명비평가 임어당(林語堂 1895-1976)은 "중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싸움을 못한다.
"고 말했다.
중국 역사를 보면 그 말에 수긍이 간다.
현재 중국인의 90%는 한족(漢族)인데 공교롭게도 지난 시절의 한족국가들은 다른 주변 민족들과의 전쟁에서 좋은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서기 10세기에 거란족(요나라)에 져서 100년 통치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12세기엔 여진족(금나라)에 또 100년을 부분통치 당하더니 드디어 13세기에는 몽고족(징기스칸)에 굴복, 이후 100여년에 걸친 원나라 통치를 겪었다.
또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270여년에 걸쳐서는 만주족(청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우리나라와는 어떤가? 그들은 수나라 때는 살수에서, 그리고 당나라 때는 안시성에서 각각 큰 낭패를 봤다.
한참 뒤 당나라는 신라와 힘을 합쳐 백제-고구려를 연파했으나 그것도 완결된 승리라고는 할 수 없다.
그들이 도호부를 설치하는 등 한반도에 주저앉을 눈치를 보이자 신라가 분연히 일어서 그들을 몰아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한 가지 기이한 사실은 한족정권이 전쟁에 질 때마다 중국은 인구와 영토를 증가시켜 나갔다는 점이다.
몽고민족의 일부와 거란족-여진족-만주족의 100%가 중국인이 돼 있는 오늘의 현황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만주족인 청나라는 내몽고, 신장(투르키스탄), 서장(티베트)을 정벌하여 중국에게 오늘의 광대한 영토를 갖게 해 주었다.
잘 싸우지 못하면서도 거대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한족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서기 1644년의 한 삽화를 들여다보자.
이 해 명나라의 수도 북경을 함락시킨 청나라 측은 황제가 이미 자살해버려서 혼란상태에 빠진 명나라 관료들에게 항복을 요구했다.
이때 명나라 병부좌시랑(兵部左侍郞=국방차관) 김지준(金之俊)은 "내가 제시하는 10가지 조건을 수락하면 항복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결 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 열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청나라 측은 한족 관료들의 협조가 시급한데다가 알쏭달쏭한 표현의 조건이란 것들이 자기들의 한족지배에 당장의 큰 장애는 되지 않을 것 같아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이 조건들은 나중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 왔다.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족의 문화가 그대로 지켜지니 북경에 진입한 청나라 사람들의 자녀들, 또 그 자녀들의 자녀들이 하나 둘 한족문화에 동화돼 버린 것이다.
그 결과 청나라가 망한 지 100년도 안 되는 지금 만주족임을 자랑하는 사람도, 만주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거의 전무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중국 한족문화의 흡인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우리 고구려사를 빼앗으려 한다고 논란이 일고 있는 요즈음이다.
중국 측은 문화의 흡인력을 과신한 나머지 이런 시도를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그것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천여 년에 걸쳐 그들을 대국으로 대해주었지만 우리 말과 우리 문화와 우리 전통을 고스란히 지켜내지 않았던가. 게다가 우리는 오늘 현재 5천년 민족역사상 처음으로 중국보다 잘 살고 있다는 시대적 자긍심을 갖고 있다.
못 사는 나라가 잘 사는 나라의 역사를 뺏을 수는 없을 것이므로 우리는 고구려사는 물론이고 어떤 역사도 결코 중국에게 뺏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내가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요즘의 우리 집안사정이다.
지금 중국인들은 광개토대왕 같은 천 수백 년 전의 우리 조상도 자기들 조상으로 모셔가려 안달인데, 우리 한국인들은 바로 한두 세대 전의 우리 조상을 온갖 명목을 붙여 비국민(非國民)으로 규정하는 일에 안달을 하고 있다.
그런데다가 국정 담당자의 입에서는 "강남사람과 아침, 점심을 먹고 차마시면서 나온 정책이 균형발전 정책이 될 수 없다"는 말까지 태연히 나오는 상황이다.
죽은 사람만 아니라 산 사람마저 '비국민'으로 삼겠다는 이런 발상에 쓴 웃음을 지을 흥도 나지 않는다.
최재욱 전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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