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거史' 보따리 왜 자꾸 키우나

과거사 규명의 전선(前線)이 무작정 넓어지고 있다.

여야가 '친일'과 '용공.친북'으로 과거사의 '파이(pie)'를 키워놓은 것도 기가 막히는데 노 대통령이 일제시대 좌익 독립운동 재평가 작업까지 또 들고나온 것이다.

도무지 이 비생산적인 대한민국 국회가 이걸 다 감당할 수 있다고 믿고 숙제를 내준 것인지 납득하기 참 곤란하다.

친일 문제 하나만 해도 당장 '네거티브'한 방향, 소모전으로 전선이 흐려져 버렸다.

신기남 의장에 이은 이미경 의원 부친의 '겐뻬이 고죠'(일본 헌병) 경력까지 튀어나왔고 여야 할 것 없이 조상들의 친일 면장.선생.면서기 행적까지 들쑤셔질 판이다.

조상이 뭐했는지도 모르고 "친일 척결"을 외치다 줄줄이 몰매 맞는 꼴 안난다는 보장이 없다.

이 판에 노 대통령은 좌파 독립운동사도 바르게 평가돼야 한다고 국회에 '덤'을 얹어 주었다.

사실 이 문제는 해방 후 좌우익 대결의 혼란기에 정치적으로 묻어 버리고, 또 왜곡돼온 사안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굽은 역사를 바로 편다는 시각은 틀리지 않다.

문제는 이 역시 철저한 중립성과 공정성, 전문성이 보장된 기구를 통해 접근하지 않으면 굽은 역사는 더 굽어진다는 데에 있다.

특히나, 좌익 독립운동사의 상당부분은 이미 북한당국에 의해, 그들의 시각에서 평가된 부분도 상당할 터이다.

시기적으로도 적대(敵對)와 화해가 묘하게 공존된 이 상황에서 과장.왜곡됐을 가능성도 있는 북한측의 평가 작업과 어떻게 구분하여 조율해 가야 하는가도 사실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은 과거사 조사를 시민단체에 맡길 방침이라는 보도가 나와 어리둥절하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어 중립성과 전문성 의문이 제기된 판국에 이런 얘기가 나오면 결국 하나마나가 아니겠는가? 의문이 꼬리를 물지 않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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