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휴대전화 '통화 기피'

휴대전화는 이제 우리의 일상 그 자체가 된 느낌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젊은이들에게는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니라 온갖 일이 가능한 '요술 방망이'에 다름없기도 하다.

통화나 문자 메시지 등의 기본 기능은 물론이며, TV.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송금이나 인터넷 뱅킹이 가능한가 하면, 디지털 카메라와 맞먹는 화질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도 있다.

위성 추적을 통해 경찰서나 가까운 사람에게 휴대전화 소유자의 위치를 전송해 주기까지 한다.

◇ 그러나 휴대전화를 '목걸이'라고도 하듯이,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우리를 옥죄는 사슬 같기도 하다.

문명의 혜택은 우리를 행복하고 편리하게 해주지만, 그 반대로 몰고 가는 면 역시 그에 못지 않다.

다양한 첨단 기능으로 편의를 제공하지만, 우리를 구속하거나 수동적이고 피상적인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요즘 휴대전화 통화 중 상대방이 '업무 중이다' '회의 중이다'라고 말하면 통화를 원치 않는 것으로 알아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SK텔레콤의 사외보 'it(잇)'이 30, 40대 100명(각 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회의 중이다'가 50%로 가장 많고, '바쁘다'가 44%이다.

'아기가 울어서…' '운전 중'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도 그 뒤를 잇는 말이다.

◇ 통화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을 때 30대와 40대의 반응과 성향도 크게 다르다.

30대의 절반 이상(54%)은 배터리를 분리시키거나 전원을 꺼 전화를 안 받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40대의 절반 이상(60%)은 일단 전화는 받는다고 응답해 대조적이다.

또한 통화를 가장 기피하는 상대가 30대 응답자의 절반이 '직장 상사'이며, 40대 응답자의 경우는 '배우자'라는 점은 예사로운 일이 아닌 듯하다.

◇ 미학자 아미엘은 '신뢰는 거울의 유리 같아 한번 금이 가변 원래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휴대전화 기피 현상에 대한 얘기 끝에 문득 이 말이 떠오르는 까닭은 '왜'일까. 우리 사회의 불신 풍조가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태가 진실을 이야기해도 믿지 않는가 하면, 자신을 위해서는 거짓말을 밥먹듯 한다면 분명 '슬픈 풍속도'가 아닐 수 없다.

휴대전화 문화에 대한 반성이 따라야 할 것 같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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