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전 업'의 우스개 하나.
Wife 1.0 버전을 가진 남편이 Wife 2.0으로 버전을 상향하면서 간절히 원하는 기능이 뭘까. 원할 때는 언제고 위자료의 지급 없이 Wife 2.0을 삭제할 수 있는 Uninstall 이라고 한다.
남편 1.0을 가진 아내가 버전 업을 하고 싶은 기능은? 리모컨 기능이다. TV 리모컨처럼 '+'를 눌러 언제든 키울 수 있고, '채널'로 체위를 조정하며, '시청시간'까지 마음대로 지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버전 업'의 시대다.
시차를 두고 나오는 갖가지 버전들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디지털시대다. 영화에도 다양한 버전들이 있다. DVD가 나오면서 더욱 세분됐다.
'감독판', '확장판', '특별판'(SE), '소장용판'(CE), '한정판'(LE), '최종판'(UE)... . '개봉판'과 '비디오판'으로 양분된 옛날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이 분화됐다. 특히 한국에서는 가위질 덕분에 '국내판'과 '원판'으로 나뉘었으니, 영화 한편 제대로 감상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한국 관객이 '버전'을 찾아 애쓴 작품이 '원초적 본능'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다 보니 '감독판'과 원판 DVD, 국내 출시 DVD, 원판 LD를 다 소장하게 됐다. 미국 나갔던 친구의 선물도 있고, 국내에서 구입한 것도 있지만, 수백편의 작품 중에서 이렇게 다양한 버전을 갖고 있는 것은 '원초적 본능' 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집 대여순위'도 1위인 것을 보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원초적 본능'의 짜릿함을 잊지 못하는 모양이다.
'원초적 본능'에서 가장 쇼킹한 것이 '감독판'이다.
폴 버호벤. 폭력과 섹스로 점철된 상업주의적 영화의 기수가 아닌가. 한때 '로보캅'으로 반짝이는 감각을 선보였지만, '쇼걸' '스타쉽 트루퍼스' '토탈 리콜' 등 그의 작품은 폭력성과 에로틱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의 지향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 '원초적 본능'이고, 그중 가장 자극적인 것이 감독판이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우아한 음악을 배경으로 알몸의 남녀가 엉킨 모습이 보인다. 천정의 거울을 통해 더욱 에로틱하게 그려진다. 곧이어 남자의 양팔이 묶이고, 금발의 여인은 얼음송곳으로 사정없이 이 남자를 참살한다.
국내 개봉판에는 송곳으로 찌르는 여인의 모습만 비췄고, 원판 DVD에는 송곳에 찔리는 남자의 고통스런 모습이 겨우 한 장면 나온다. 그러나 감독판에는 송곳이 얼굴에 찍히는 장면이 여러 차례 비춘다. 송곳이 눈을 찌르는 끔찍한 장면도 나온다. 송곳의 날카로움과 눈동자의 부드러움이 연상되면서 절로 눈을 돌리게 된다.
가장 선정적인 것은 샤론 스톤의 심문장면이다. 이 장면은 제도권 여배우가 연기하기에 여간 낯 뜨거운 장면이 아니다.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감독판과 원판DVD에는 '실룩거림'까지 있지만, 국내 DVD와 개봉판에서는 다리 꼬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나중에 버호벤 감독은 샤론 스톤을 속여 이 장면을 찍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영화제작 관행상 여배우의 양해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일반에게 공개될 정도면 샤론 스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이 영화를 찍은 듯하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했으니 다행스런 일이다.
샤론 스톤은 여러 차례 체모를 보여준다. 마이클 더글러스가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고, 집밖에 숨어 그녀를 지켜보는 장면에서도 알몸을 드러낸다. 영화 중반 마이클 더글러스와 나누는 열정적인 섹스신에서도 카메라는 그녀의 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장면은 할리우드 톱스타가 나누는 가장 적나라한 섹스신에 속한다. 오럴섹스를 하는 마이클 더글러스는 마치 포르노를 연상시킬 정도로 쇼킹하다. 샤론 스톤의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애무하는 장면은 '감독판'에서만 나온다.
미국영화협회(MPAA)는 '원초적 본능'에 보호자의 지도감독이 필요한 R등급을 준 것을 오랫동안 후회했다고 전해진다. 17세 미만 관객은 보호자의 동반관람을 요하는 NC 17 등급이 제격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후회 때문에 이후 영화들에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됐다고 한다.
에로킹(에로영화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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