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아이즈 와이드 샷

진료실에 중년 남자가 찾아왔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성교하는 생각이 자꾸 떠올라 괴로워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아내 휴대전화의 문자 메시지를 본 뒤부터 시작되었다.

가정밖에 모르는 여자였는데, 남편은 질투심과 배신감으로 힘들어했다.

이런 경우 실제로 외도가 확인되는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공상이나 상상으로 인한 고통도 많다.

'아이즈 와이드 샷'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서 '눈을 질끈 감아버리다'라는 뜻이다.

배우자의 외도 장면이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그런 일에 속할까.

이 영화는 한 젊은 부부의 성적 공상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빌은 이지적이고 정숙한 아내 앨리스와 만족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빌은 부부 동반으로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한다.

부인은 파티 석상에서 남편이 예쁜 여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은근히 질투심이 생긴다.

다음 날 아내는 남편에게 속마음을 고백한다.

언젠가 우연히 눈이 마주친 해군장교의 매력에 반해 그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면, 남편과 딸마저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은 강한 욕망에 휩싸인 적이 있다고.

이 말을 들은 빌은 질투심과 고립감에 빠져 현실과 공상의 경계를 잃어버린다.

빌은 아내의 불륜 장면이 계속 떠올라 밤거리를 헤매고 다닌다.

그러다가 창녀와 하룻밤의 위기에 놓이기도 하고, 기이한 종교의식 같은 집단 섹스 파티에 몰래 숨어들어가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빌은 사회적 지위, 건강한 육체와 안정된 경제력을 가졌다.

그러나 그는 아내를 내적 소망과 욕망을 가질 수 있는 완전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은 것 같다.

아내를 자신의 자기애적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부속품이나 아이의 엄마 정도로만 여긴 것이다.

그가 아내의 불륜에 대한 성적 환상만으로 방황하는 것은 그가 참으로 미숙한 자아방어기제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로이트는 우리가 가진 원초적인 성적, 공격적 충동은 자아가 성숙하면서 점차 포기되고, 이 충동들은 판타지(환상)의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고 했다.

원초적인 충동과 욕망의 잔재인 판타지를 그대로 행동으로 옮긴다면 현실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환상의 세계를 갖고 산다.

아내의 공상 세계를 엿보고 흔들리는 미숙한 남편들이여, 구차한 자기애적인 상태에서 벗어나기를 권유한다.

아내는 독립된 인격체다.

상대의 생각마저 소유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결혼 생활은 난관에 부딪히고 말 것이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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