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해금 실내악단'이현의 농'대표 주영위 교수

해금 만큼 독특한 악기도 드물다.

두 줄의 현을 지닌 해금은 구조상 분명 현악기이건만 '비사비죽(非絲非竹)'이라 하여 전통음악에서 현악기도, 관악기도 아닌 것으로 취급됐다.

현악기보다 관악기 합주에 많이 편성됐기 때문이다.

정작 해금은 전통 현악기·관악기는 물론이고 서양악기 등 그 어떤 악기와도 조화를 잘 이루는, 융통성이 많은 악기이다.

서양 7음계와도 자유롭게 조화하는 특유의 친화력 때문에 국악의 퓨전화와 크로스오버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해금 실내악단인 '이현의 농'의 대표인 주영위 경북대 국악과 교수를 만났다.

거의 한달에 한 번 꼴로 전국에서 공연 및 방송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현의 농은 국악 마니아에게 꽤 알려진 연주단체이며 이들이 낸 3장의 CD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이현의 농은 주 교수의 제자 등 해금 전공자 30여명을 단원으로 두고 있다.

주 교수가 해금과 인연을 맺은 지는 올해로 31년째다.

그는 해금을 숙명적으로 다가온 악기라고 믿는다.

그는 "해금은 둘도 없는 영원한 친구이자 애인"이라고 했다.

"혼자 해금을 켤 때 일입니다.

갑자기 해금만 클로즈업되고 나머지 주변 물건은 하나도 뵈지 않더군요. 머리칼이 쭈뼛 서는데 그 황홀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두 번 했지요."

이현의 농은 해금의 두 줄(二絃)과 '즐긴다(농·弄)'는 두 단어를 합쳐 그가 지은 이름이다.

두 줄 악기인 해금을 통해 즐거운 음악세상을 만들자는 뜻을 담고 있다.

서울대 국악과와 한양대학원에서 해금을 전공했으며 국악실내악단 '어울림'에서 활동한 주 교수는 1997년에 이현의 농을 창단했다.

이현의 농이 낸 3장의 음반은 다양한 형태의 음악적 크로스오버를 시도한 결과물이다.

그들의 음반에서는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 등 클래식 악기에서부터 가야금 장구 소금 신디사이저 드럼 전자기타 등 다양한 악기와 교감하는 해금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전통 국악곡에서부터 창작국악곡, 클래식곡은 물론이고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등 가요곡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 폭이 넓다.

"대중 속에서 검증받지 못하는 음악적 사고는 올바른 것이 아닙니다.

"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음악은 그에게 있어 죽은 음악이다.

전통 국악의 크로스오버. 퓨전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음악적 뿌리가 우리 음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줄기(전통국악)가 빈약하면 가지(퓨전)는 존재의 의미가 없지요. 퓨전은 전통국악을 풍성하게 해 줄 때만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적 혼과 정서, 슬기를 가져야만 올바른 크로스오버와 퓨전이 가능하지요."

인터뷰 중 소리꾼 장사익이 그에게 보낸 편지가 눈길을 끌었다.

"주 선생의 맑은 해금 소리가 대구를 밝게 비춰주기를 바란다"는 글귀. 그는 장사익과는 어울림 시절에 활동을 함께하며 자주 편지를 주고 받을 정도로 교분이 깊다고 했다.

장사익의 바람과 달리 아직까지 대구·경북에서 해금의 인기는 다른 지역보다 덜한 편이다.

서민적 악기인 해금을 '깡깡이'라고 낮춰 보는 대구·경북민의 보수적 기질과 크로스오버에 대한 낯설음이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이현의 농은 해금 음악을 대구·경북에 널리 알리기 위해 공연 활동 등을 적극 벌일 계획이라고 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