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각장애인들 한국배우기

수화로 익힌 우리글 남다른 애정

'듣지는 못해도 눈과 마음으로 한글을 배워요.'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오후 2시 달서구 용산동 대구 청각언어 장애인 복지관 3층. 작은 강의실에 10여명의 노인들이 모여 앉아 한글을 배우고 있었다.

모두 청각장애인인 이들은 역시 같은 처지인 강사로부터 수화를 통해 단어 공부 중이었다.

소리를 들을 수 없기에 시청각 자료를 통해 '오리', '오토바이' 등 글자를 전해 들을 때마다 어떤 학생은 잘 모르겠다는 몸짓을 보이고, 또 다른 학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한글 사랑만큼은 누구보다고 뜨거웠다.

대부분 어릴 적부터 청각장애를 앓은데다 가정형편 등으로 글자를 모르면서 평생을 살아온 터여서 단어 한 개를 배워서 익힐 때마다 그 기쁨이 남달랐기 때문.

권경자(71) 할머니는 "내 이름을 알고 싶어서 이곳에 찾아왔는데 글자쓰기는 너무 재미있지만 나이 때문인지 배운 걸 자꾸 잊어버린다"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임배숙(70) 할머니도 "청각장애인들은 팩스를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 일이 많은데 글씨를 몰라 난처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한글을 빨리 익혀 손자와 재미난 얘기도 팩스로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노인들은 한글날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글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글자인지는 알겠다며,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복지관 하종아(36.여) 교육재활팀장은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어르신들의 한글 익히기에 대한 열성은 대단하다"며 "이렇게 배운 한글을 맞춤법은 조금 틀리더라도 편지를 써서 전해줄 때마다 가슴이 흐뭇해진다"고 전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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