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태영, CAS 소청에서 왜 졌나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끝내 양태영의 금메달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한 것은 심판의 오심이 '의도적 조작'이 아닌 '실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김동성의 반칙패를 두고 CAS에 낸 소청이 기각된 것과 같은 이유다.

당시에도 CAS는 "심판의 양심 고백이나 뇌물 수수, 부정 부패 등 경기장 밖의 증거가 없다면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고 결정한 바 있다.

같은 대회 피겨스케이팅에서 러시아에 돌아갔던 금메달을 캐나다에도 겹치기로 준 것은 "러시아에 높은 점수를 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심판의 자백이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경기 결과를 번복할 수 있었지만 이번 오심 사태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었기 때문에 양태영의 패소로 귀착됐다.

KOC 관계자는 "한국측에 약점이 있었다면 바로 이 부분"이라며 "솔트레이크시티 때처럼 심판 중 하나가 양심선언을 해주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우리에게 유리한 진술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심사태 관련 심판들은 심리에서 한결같이 "인간적인 실수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자격정지 처분까지 내리는 것은 너무하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CAS는 승부조작이나 금지약물 투약 등 외적인 요소가 경기에 개입했을 때만 결과 번복에 간여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이번 패소의 배경이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가 심판들의 '인간적인 실수' 때문에 불거졌기 때문에 경기 내적인 문제로 간주해야 하며 CAS가 간여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도 이런 원칙을 파고 든 셈이다.

한국은 이에 대해 예선과 단체전에서는 같은 내용의 연기를 시작 점수를 10점으로 채점했던 주심과 기술심 2명이 결승에서만 다같이 9.9점을 매기는 납득할 수 없는 실수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승부조작'의 개연성을 주장했으나 물증을 제시하지 못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CAS는 '한국 코칭스태프가 제때 항의하지 않았다'는 국제체조연맹(FIS)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15분 이내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규정은 지난 1982년판 기술규정에서는 찾아볼 수 있지만 현행 규정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적시했음에도 CAS는 이를 일종의 '관습법'으로 인정한 것.

앞서 아테네올림픽에서도 FIG와 USOC는 '규정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누구나 다 아는 규칙'이라는 논리를 폈었고 82년판에 등장하는 '15분 이내 이의제기' 조항 등을 들어 코칭스태프의 이의제기가 늦었기 때문에 결과는 번복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심사태 홍역을 치른 FIG는 지난달 세계 각국 연맹에 배포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 쓰일 새 기술규정집을 모두 무효화하고 기술규정을 다시 짜느라 분주한 상황.

FIG는 기존 규정집의 효력이 아테네올림픽을 끝으로 소멸함에 따라 새 규정을 교육하기 위한 심판강습회를 12월 독일(남자 기계체조)과 내년 1월 일본(여자 기계체조)에서 열 계획이었지만 항의관련 조항을 새로 넣어야 하는 탓에 강습회를 모두 무기한 연기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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