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가 있는 호반의 도시 충북 청원군. 그 싱그러운 물빛 위로 노란 가을이 내려앉았다. 가을의 정취와 함께 여유가 느껴진다. 대청호 주위엔 가을단풍이외에도 허브나라, 청남대, 문의문화재단지 등 볼거리도 즐비하다. 청원군 전체를 둘러보려면 하루로는 빠듯하지만 빨리 움직이면 크게 아쉬움 없는 여정을 만들 수 있다.
첫 목적지는 상수허브나라. 경부고속도로 청원IC에서 빠져나와 우회전하면 간판이 바로 보인다. 농원에 들어서면 허브향이 가슴 깊숙이 가득 밀려들어온다. 3만여평의 부지에서 550여종의 허브가 저마다 독특한 향과 모양새를 뽐낸다. 야외정원을 비롯해 실내온실, 레스토랑, 쇼핑숍 등이 잘 갖춰있다.
상수허브나라는 허브 관광농원 1호이자 국내 최대 허브단지. 아름답게 꽃을 피운 허브 터널을 거닐고, 허브 차를 마시며 한껏 분위기도 낼 수 있어 가족뿐만 아니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있는 곳이다.
상수허브나라가 여느 허브단지와 다른 점은 허브를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는 것. 직접 허브를 비벼서 향기를 맡아보고 먹어보고, 허브 길을 걸어볼 수 있다. 특히 맨발로 걸어보는 '허브생카페트'. 살아있는 레몬 향기가 나는 허브를 밟으며 걷는 코스이다. 진하게 피어오르는 허브 향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 길을 걸으면 사랑이 깊어진다는 말에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야외정원은 여러 가지 테마가든으로 꾸며 놨다. 그중 '스트레스 해소길'은 허브 향을 마시면서 산책하는 코스로, 스트레스를 풀려는 관광객에 인기가 있다.
이밖에 철갑상어와 잉어, 우렁이, 다슬기 등이 공생하는 공룡연못과 소나무 분재 등도 구경거리다. 허브나라에서 나와 청남대로 향한다. 청남대로 가는 길은 대청호를 끼고 있다. 코스모스가 피어 있고 플라타너스 가로수 터널 등이 환상적이어서 드라이브로 그만이다.
청남대는 예약된 단체 차량이 아닌 일반차량은 들어갈 수 없다. 문의면 파출소 앞에서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사용한 대통령 별장(2003년 4월 충청북도로 소유권을 이양해 현재는 대통령 별장으로서의 위치를 잃은 상태). 대통령이 사용한 건물 몇 동과 잘 가꿔진 정원, 양어장, 낚시터 그리고 몇 갈래의 산책로가 있어 한번쯤은 가볼만하다.
대통령이 묵는 본관은 800여평의 2층 건물. 외관은 화려하지 않지만 대통령의 침실과 거실, 식당, 집무실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본관 앞뒤 정원에는 우아하게 다듬은 조경수와 야생화가 오밀조밀 가꾸어져 수목원을 방불케 한다. 본관 옆에는 대통령의 손자가 놀았음직한 놀이터와 비행기모형, 수영장, 테니스장 등 운동시설이 들어서 있다. 본관에서 내려다보는 대청호 경관 또한 빼어나다.
약 1km에 이르는 산책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조깅장소로 즐겨 이용하던 곳. 가로수와 숲이 잘 어우러져 산책 코스로 그만이다. 그 가운데 '그늘집'이 있다. 골프를 치면서 휴식을 취하던 곳으로 전망이 뛰어나다. 산책로 주변엔 골프장과 야생화들이 펼쳐져 있다. 엉겅퀴, 은방울꽃, 미선나무, 인동초, 옥잠화 등 갖가지 야생풀 등이 잘 피어 있고 이름까지 적혀있어 학생들의 자연공부에도 좋다. 산책로 끝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때 만들어진 '초가정'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대청호 전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김 대통령 내외가 즐겨찾던 곳이다.
청남대는 교통.환경 문제 등으로 일반 차량을 통제한다. 문의면에 있는 청남대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해서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개인 5천원, 어린이 3천원. 월요일은 휴관. 문의:043)220-5673(청남대관리사업소).
문의문화재단지도 빼놓을 수 없다. 옛 충청도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청남대에서 신탄진으로 빠져나오는 길목에 있다.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댐 공사로 물속에 잠길 뻔한 문화재들을 옮겨 지은 야외 박물관이다. 지방관아인 문산관을 비롯해 양반가옥, 민가, 토담집, 주막집, 대장간 등을 복원해 놨다. 특히 유물전시관에는 영조대왕태실가봉의를 비롯해 지역에서 수집한 유물과 각종 기와를 시대별로 분류, 전시하고 있다.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호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해 있다.
문의문화재단지에서 신탄진 쪽으로 나오다보면 대청댐에 둘러싸인 대청호가 있다. 금강의 한가운데를 댐으로 막아 만든 인공호수지만 코스모스가 가득한 길가에는 인공미보다 자연미가 훨씬 더 살아있다.
대청호를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현암사에 올라야 한다. 현암사는 대청댐 광장 맞은편인 구봉산 중턱에 자리한 절. 길가에 차를 세우고 200m 정도의 산길을 올라야 한다. 바위산 절벽에 매달려 있는 것 같다고 해서 현암(懸巖)이라 이름 지었다.
가파른 철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땀 흘린 만큼의 보람을 반드시 느낄 수 있다. 대웅보전 앞에서 보는 대청호의 모습이 장관이기 때문이다. 대청호와 물에 잠긴 산들이 마치 다도해를 연상케 한다. 대청호를 일컬어 왜 '내륙의 다도해'라 하는지 한눈에 깨닫는 순간이다. 운이 좋으면 저녁노을에 붉게 물든 대청호와 호수에 맞닿은 주홍빛 하늘을 감상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꽃밥'
상수허브나라 레스토랑에서 먹는 꽃밥은 나물 대신 각종 허브 식물을 밥과 함께 비벼 먹는 일종의 '허브 비빔밥'이다. 로즈마리 향이 담긴 밥과 무순, 두순, 깨순, 레몬타임, 세이지 등 13가지의 허브 싹으로 버무린 나물과 허브꽃잎, 라벤더 향이 깃든 된장국, 민트 김칫국, 허브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간직한 허브 간장과 고추장이 재료다.
붉고, 노랗고, 보랏빛 등 꽃들이 밥상 위에 나와 우선 눈이 즐겁다. 먼저 나물 위의 꽃을 김칫국에 옮겨다 띄워놓는다. 다음 나물그릇에 밥과 간장, 고추장을 넣은 다음 비빈다. 비빌 때 젓가락으로 비빈다. 그래야 짓이겨지지 않아 허브 맛과 향이 살아 남기 때문이다.
한 숟갈 떠서 김칫국에 띄워두었던 허브꽃잎을 밥숟갈 위에 얹고 먹는다. 입안에서 알싸하면서 쌉싸래한 허브 맛과 향기가 번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허브가 들어간 된장국, 물김치도 상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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