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샤갈, 내 영혼의 빛깔과 시

김종근 지음/ 평단 펴냄

"저기 도살장에서는 암소들이 울부짖는다.

나는 그것을 그렸다.

탄생·결혼·꽃·동물…. 우리의 인생처럼 예술에서도 사랑이 바탕이 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색채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색채는 바로 사랑이다.

"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Marc Chagall·1887~1985). 그는 피카소와 함께 가장 독창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20세기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꼽힌다.

푸른빛과 흰빛이 어지럽게 뒤섞인 하늘, 푸른 어둠에 휩싸인 지상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과 길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의 모습. 샤갈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마을의 풍경1'에서 보듯 샤갈의 그림은 화려한 색채와 비합리적인 설정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낸다.

피카소는 일찍이 "마티스가 죽은 후 진정으로 색채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화가는 샤갈 뿐"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샤갈, 내 영혼의 빛깔과 시'는 샤갈의 예술 세계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어머니가 말하는 샤갈', '샤갈이 말하는 샤갈', '평론가가 말하는 샤갈'로 분류해 샤갈이라는 예술가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또 피카소, 찰리 채플린, 예세닌, 고골리 등 동시대를 살아간 예술가들의 모습도 담아낸다.

샤갈의 삶의 조건은 그리 밝지 못했다.

러시아의 가난한 유대인 거주지 비테프스크에서 아홉 형제 중 맏이로 태어난 그는 인종차별과 격변하는 시대에 떠밀려 유럽과 미국을 방랑했다.

하지만 그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동했고 98세까지 살다가 떠났지만 꽃 한 송이에서도 행복을 추구했던 진정한 생활인이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